선착순 분양 노린 홍보 자제…북구 741가구 ‘청약 0’
서울·부산 이어 청약가점 무용지물 만드는 꼼수 번져
서울·부산 이어 청약가점 무용지물 만드는 꼼수 번져
울산에서도 유명 건설회사의 일반아파트가 청약률이 0%를 기록해 ‘깜깜이 분양’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 북구청은 수도권 대형 건설업체 ㅇ사가 지난 12~14일 울산 북구에 지하 2층~지상 22층, 공급면적 112㎡~178㎡ 규모의 741가구를 모집했으나 1~3순위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20일 밝혔다. 울산에서는 지난해 ㅎ사가 공업탑교차로 옆에 분양한 주상복합아파트가 청약률 0을 기록한 적이 있으나 300가구 이상의 일반아파트가 청약률 0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결과는 실수요자의 외면보다는 수요자들 몰래 분양에 나서는 이른바 ‘깜깜이 분양’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사들이 주택법상의 공급 규칙에 따라 분양 승인과 공고, 공개 청약 등 절차를 진행하면서도 홍보 활동은 의도적으로 자제해 수요자들이 가급적 분양 사실을 모르게 분양하는 방식으로, 정상 청약 대신 선착순 분양이 더 효과적인 경우에 사용되고 있다.
분양에 나섰다가 청약률이 저조해 ‘미분양단지’라고 소문이 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분양시장의 사정이 좋아지면 언제든지 대대적으로 홍보해 다시 분양을 하면 되고, 여건히 좋지 않으면 개별 접촉을 통해 무순위 청약을 받아 분양률을 점차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달 31일 분양 승인을 받자 이달 1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뒤 12~14일 청약 일정을 잡아 분양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자 입주자 모집공고만 일부 신문에 냈을 언론매체 광고와 홍보물, 펼침막 등 통상적인 홍보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견본주택도 내부 인테리어를 완전히 갖추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쪽도 “4월말 정식으로 견본주택의 문을 열고 본격적인 분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정환 북구청 주택담당은 “깜깜이 분양이 법적인 하자가 없어 현재로선 뭐라고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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