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규 서라벌대 교수가 26일 오후 교내 애견 테마파크에서 2살된 동경이 ‘벌순’이를 산책시키고 있다.
최석규 교수, ‘꼬리 없는 경주 토종개’ 지정 추진
유전자 분석 등 특성 찾는 중…개체수 확보 급해
유전자 분석 등 특성 찾는 중…개체수 확보 급해
‘동경이’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하다가도 ‘꼬리짧은 개’라고 하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꽤 있다 .
경북 경주 토종개인 동경이는 꼬리가 5㎝ 이하로 짧거나, 아예 없는 게 특징이다. 아주 드물게 눈에 띄다 보니, 그저 꼬리가 잘린 개거나 돌연변이로 취급받아왔다. 그러던 동경이가 천연기념물로 귀한 대접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서라벌대 부속 동경이보전연구소 최석규(51 교수는 환경학을 전공해 1999년 경주환경운동연합을 꾸리고 핵폐기장 건설 반대 운동에 앞장서는 등 지역에서는 환경운동가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우연히 경주 고분에서 출토된 5~6세기 꼬리 없는 개 토우사진을 본 뒤 그는 ‘동경이 박사’로 변신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작업이 역사 속 동경이의 자취를 찾는 일이었다. 동경이를 기록한 각종 문헌을 찾아냈고, 1930년대 일본학자가 찍은 사진 속에서도 동경이를 발견해 내는 등 동경이의 역사를 한눈에 정리했다. 2006년 근무하는 대학 안에 동경이 보전연구소를 만들어 수의학과 유전자공학, 개 훈련을 전공하는 교수 등 5명이 참여해 보다 체계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이 지역에서 ‘꼬리없는 개’ ‘댕견’ ‘동경구’ 등으로 불리는 동경이는 현재 80여마리가 남아 있다. 연구소는 이 동경이들을 대상으로 체형분석, 수의 해부학적 분석, 유전자 분석 등을 반복해 가면서 동경이의 특성을 찾아가고 있다. 연구소는 농가 22곳에서 키우고 있는 동경이 54마리를 골라 마이크로칩을 시술해 개체관리에 들어갔다. 동경이 주인들로부터 “잡종교배를 하지 않고 동경이 순수 혈통을 보존하는 데 힘쓰겠다”는 서약까지 받았다.
“동경이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메모를 한다”는 최 교수는 쉰줄에 접어든 지난해부터 대구대에서 축산학 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연구 주제는 당연히 동경이다. 그는 “동경이를 천연기념물로 정해 보호해야 한다”고 제안해 올해부터 경북도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하게 됐다. 천연기념물 지정에 필요한 여러 조건 가운데 역사적 의의나 유전학적 분석 등은 연구가 꽤 진행됐지만, 적어도 300~400마리는 돼야 하는 개체수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
최 교수는 “동경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동경이가 한 마리에 40만원 넘는 가격에 거래되다 보니 일부러 개 꼬리를 자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엉터리 동경이들이 퍼져나가 순수 혈통고정에 방해가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주/글·사진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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