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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사람과풍경] 한지에 쏟은 10년…꽃이 되고 아이도 되고

등록 2008-03-06 21:43

벌랏 마을 한지 공예가 이종국씨가 아들 선우와 한지 재료인 닥나무 껍질을 벗기고 있다.
벌랏 마을 한지 공예가 이종국씨가 아들 선우와 한지 재료인 닥나무 껍질을 벗기고 있다.
청원 벌랏마을 빈땅에 닥나무 심어 한지마을로
청주 한국공예관서 “종이로 세상과 소통” 체험
충북 청원군 문의면 소전리 벌랏 마을.

온통 밭뿐이라는 뜻을 지닌 고즈넉한 마을에는 30여 가구에 50여명이 이웃하며 살고 있다.

대청댐이 생기기 전까지 문의면 소재지에서 나룻배로 반나절을 저어야 마을 앞 벌랏 나루에 닿았다.

지금은 오른쪽에 대청댐을 끼고 자동차로 꼬불꼬불 고개를 곡예 하듯 20여분을 달려야 첩첩산중 움푹한 곳에 그림처럼 자리잡은 마을을 만날 수 있다.

‘벌랏 마을’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마을에 닿았더니 화가의 집, 들뫼풀집, 마당 이쁜집 등 색깔 있는 문패가 쓰인 옛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있다.

이곳에 한지 공예를 하는 이종국(45)씨가 명상을 하는 아내 이경옥(46)씨, 자연을 닮은 네살배기 선우와 오붓하게 살고 있다.

이씨는 임진왜란 때 피난온 사람들이 이 마을에서 한지를 만들어 살았다는 말을 좇아 1996년 이곳을 찾았다.

골짜기 곳곳의 빈 땅에 닥나무를 심고 전통 한지 재연에 나섰다.


이씨는 “동양화를 배웠는데 어느날 그 재료가 되는 종이와 그 종이의 뿌리인 자연이 그리워 벌랏 마을을 찾았다”며 “나무를 심고, 씻고, 찌고, 두드리고, 말리고, 다듬는 정성을 쏟아야 비로소 자연이 종이를 나눠주는 그 과정이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과 전통 한지 체험장을 만들어 맨질맨질하고 반듯한 종이에 익숙한 도회지 사람들에게 투박하지만 질기고, 숨 쉬는 한지를 선보이면서 이제는 ‘벌랏 한지 마을’로 꽤 알려졌다.

10여년 동안 이씨의 정성이 담긴 한지 공예품을 18일까지 청주 한국공예관 ‘이종국 한지작품전-벌랏 마을 이야기’에서 만날 수 있다.

100여점의 작품에는 이씨가 벌랏 마을에서 만난 나무·풀·꽃·나비·새, 아내와 아이의 생활 등이 고스란히 베어 있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써온 ‘벌랏 마을 이야기’, ‘꽃피고 새울면’, ‘숲’, ‘산 꽃이 피고 지고’ 등 생활 속 이야기도 재미있다.

이씨는 “한지를 만들면서 종이가 세상과 소통하는 매개가 된다는 것을 느꼈다”며 “전시를 통해 꾸미지 않는 우리 종이처럼 꾸밈없는 삶과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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