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여고 1학년에 입학한 이사랑양이 휠체어에 탄 채 친구들과 함께 있는 모습. <전북일보> 제공
개교 93년만에 첫 허용…“통합 교육 실현 위해”
화장실·계단 고치고 도우미방도 설치 적극 지원
화장실·계단 고치고 도우미방도 설치 적극 지원
“몸이 불편한 사랑아! 우리 학교 입학을 환영한다.”
전북 군산여고가 1916년 개교 이래 93년째인 올해 지체 장애인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군산지역에서 중증 지체장애인이 인문계 고교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인공은 지난 3일 입학식을 마치고 이 학교 1학년이 된 이사랑(16·지체장애 1급)양. 어릴 때 뇌병변으로 몸조차 가누기 힘든 이양의 부모는 지난해 12월 군산여고를 방문해 입학 의사를 밝혔다. 학교 쪽에서는 심사숙고한 끝에 입학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나서 학교 일부 화장실을 고치고, 계단도 경사로로 바꿨으며, 이양이 쉴 수 있도록 도우미방도 마련했다.
학교 쪽은 1학년이 배우는 건물 1층 10반에 이양을 배정했다. 10반은 출입구와 가장 가까워 동선이 짧도록 배려한 것이다. 또 교실 옆에는 도우미방을 마련했다. 도우미방은 이양이 계속되는 수업으로 부담을 느낄 것에 대비해 침대, 책상, 컴퓨터 등을 갖췄다.
특히 이양을 돕도록 특수 보조교사 김진아(27)씨를 채용했다. 김씨는 이양이 졸업한 군산산북중 3년때부터 2년째 함께 학교생활을 돕고 있다. 김씨는 “고교생이 되자 등교시간이 30분 빨라지고, 수업시간도 많아 힘들어하고 있지만, 이양이 의지가 강해 조퇴 한 번 없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대욱 교장은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배울 수 있는 통합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입학을 허용했다”며 “장애우와 함께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주위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수교육진흥법 시행령을 보면 교육감 또는 교육장은 특수교육대상자가 특수교육기관이 아닌 일반학교에 지정·배치를 요구하는 때에는 해당자를 그 거주지와 가까운 일반학교에 정원과 관계없이 배치하도록 규정됐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장애인 학부모 쪽과 해당 학교 쪽에서 기피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대부분 실제 진학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군산여고의 이번 조처는 특수교육 대상자와 학부모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