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등대인 인천 팔미도등대. 국토해양부 제공
최신 숙박시설 갖춘 ‘유인등대’ 가족 체험장소로 인기
가덕도·거문도·산지 연중개방…울기 등 3곳은 일시개방
가덕도·거문도·산지 연중개방…울기 등 3곳은 일시개방
“등대지기 한번 돼보시지 않으렵니까?”
등대지기가 묵는 숙소가 딸린 유인등대가 가족들의 체험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100여년 된 옛 등대 옆에 콘도못지 않은 최신시설을 갖춘 새 등대에서 공짜 또는 실비 수준의 이용료를 내고 묵을 수 있는데다 등대 주변의 천혜의 자연경관과 문화유적까지 즐길 수 있다.
■ 연중개방=부산 가덕도등대는 1909년 서구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9.2m 높이의 등대다. 2002년 이 옆에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높은 등대(40.)를 세웠다. 등대에서 남쪽 바다를 바라본 뒤 내려오면 쇄국정책을 펴던 흥선대원군이 1871년에 세운 척화비와 해발 459m에 세워진 봉수대, 겨울에도 자태를 뽐내는 동백 수만그루를 볼 수가 있다.
여수 거문도등대는 1905년 여수시 삼산면 해발 196m의 수월산 끝자락 절벽에 둥지를 텄다. 6.4m 높이의 등대 옆에 점등 100돌을 기념해 46억원을 들여 새로 만든 33.4m 높이의 등대가 있다. 등대 주변엔 39개의 기암괴석 섬으로 이뤄진 백도와 2곳의 해수욕장이 있다. 양쪽으로 길게 들어선 동백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세상 모든 상념을 떨쳐버릴 수 있다.
제주 산지등대는 1916년 제주시민의 대표적 공원인 사라봉 언덕 위에 무인등대로 처음 점등된 뒤 이듬해 유인등대로 바뀌었다. 1999년 현재의 등대(18m)가 제주 북부연안을 항해하는 선박의 지표 구실을 하고 있다. 등대에서 내려다보면 제주항이 한 눈에 보인다.
■ 일시개방=바다의 날(5월31일)과 여름방학 등 특별한 날에만 부분 개방되는 유인등대는 예약 경쟁률이 수십대 일을 넘는다. 우리나라 동해안 최초의 등대인 울산 울기등대(9m)는 일본이 1906년 군사적 목적으로 지었다. 1987년 이 등대 옆에 24m 높이의 새 등대가 들어섰다. 주변의 소나무 1만5천여그루와 신라 문무대왕이 경주 감포 앞바다에 묻히자 왕비가 바다에 묻어달라고 했다는 전설이 담긴 대왕암이 등대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일출을 보려면 울산 간절곶등대로 가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뭍에서 해가 가장 일찍 뜨는 간절곶 언덕에 자리잡은 등대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해가 뜨기 전에 밤바다를 오가는 수많은 수출입 선박들이 뿜어내는 불빛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인 인천 팔미도등대는 한국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길잡이였다. 이 등대에 불이 켜지는 것을 시작으로 일제히 함포 사격을 하며 상륙작전에 돌입했다. 7.9m 높이의 옛 등대 옆에는 100돌을 기념한 상징조형물 등 첨단시설물로 단장된 26m 높이의 새 등대가 들어섰다. 인천해양항만청이 그동안 여름방학에만 개방했던 등대를 올 8월 전면 개방하면 팔미도의 수려한 자연시설을 더 많은 이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해양부 해양교통시설팀 이병곤씨는 “유인등대는 볼거리와 숙박이 동시에 가능해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한 때 전국 41개 유인등대 가운데 25곳이 개방됐으나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6곳으로 줄어든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개방되는 유인등대
국토해양부 해양교통시설팀 이병곤씨는 “유인등대는 볼거리와 숙박이 동시에 가능해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한 때 전국 41개 유인등대 가운데 25곳이 개방됐으나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6곳으로 줄어든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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