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늘어나는 야생동물 피해 막아줄 ‘천적’ 없나

등록 2008-03-16 18:01수정 2008-03-16 20:05

야생동물이 늘어나 주민 피해가 커지자 주민들이 퇴치할 방법을 찾느라 골머리를 썩이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사진은 2004년 서울 도심에 나타났다가 생포된 멧돼지(왼쪽)와 2005년 강원도 춘천 소양강변의 전봇대에 몰려들어 순간정전을 일으킨 까치떼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야생동물이 늘어나 주민 피해가 커지자 주민들이 퇴치할 방법을 찾느라 골머리를 썩이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사진은 2004년 서울 도심에 나타났다가 생포된 멧돼지(왼쪽)와 2005년 강원도 춘천 소양강변의 전봇대에 몰려들어 순간정전을 일으킨 까치떼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 전국 피해액 614억원…까치 ‘정전사고’·멧돼지 ‘인명사고’ 심각
악취 풍기기·라디오 켜두기·폐타이어 태우기 ‘백약무효’
멧돼지쫓기 ‘호랑이 소리·똥’도 실효없어 지자체들 골치

멧돼지 때문에 해마다 심각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경남 합천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수렵이 허용되는 넉달 동안에만 멧돼지 83마리를 잡았다. 지난해 주민들에게 지급한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보상금도 3800만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합천군은 지난해 8월 호랑이가 포효하는 소리를 담은 녹음테이프 400개를 만들어 각 마을에 나눠주고 밤마다 확성기를 통해 틀게 했다. 멧돼지가 호랑이 소리에 놀라 논밭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집에서 기르는 소와 개 등 가축들만 놀라 난리를 칠뿐이었고 정작 멧돼지는 호랑이 소리에 금새 익숙해졌다. 시끄러워 잠을 자지 못하겠다는 주민들의 불평도 이어졌다. 결국 합천군은 호랑이 울음소리로 멧돼지를 막으려던 시도를 포기했다.

합천군은 동물원에서 호랑이 똥을 구해 멧돼지가 다니는 길목에 놓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며칠 지나 냄새가 약해지자 멧돼지는 또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호랑이 똥을 계속 공급하기도 힘들었다.

합천군은 올해 호랑이의 섬찟한 눈빛을 이용해 멧돼지를 내쫓으려 한다. 빨간색과 파란색 섬광이 어둠 속에서 호랑이 눈빛처럼 빛나면 멧돼지가 겁을 먹고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0개를 시범설치한 데 이어 올해는 100개를 설치하고, 수시로 설치장소를 바꿔 멧돼지가 익숙해지는 것을 막을 계획이다. 그러나 호랑이 눈빛이 멧돼지를 내쫓으리라 기대하는 주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2007 야생동물별 피해 현황
2007 야생동물별 피해 현황
전국이 갑자기 불어난 야생동물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부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해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액은 614억원에 이른다. 피해를 끼치는 동물은 멧돼지보다 전봇대에 집을 지어 합선과 정전사고를 일으키는 까치가 더욱 심각하다. 이 때문에 피해를 당하는 시설은 전력시설이 액수 기준으로 전체의 65%를 차지한다.


환경부는 2006년 4억5천만원, 지난해 5억원, 올해 10억원을 지원해 전기목책, 경음기 등 야생동물의 접근을 막는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은 총을 쏘아 잡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잡은 야생동물은 까치 41만5686마리, 오리류 2만2355마리, 청설모 1만5224마리, 고라니 7262마리, 꿩 5646마리, 갈매기·백로 4606마리, 멧돼지 4151마리 등으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엽사들은 까치 한마리를 잡는 데 3000원 정도를 받는다.

하지만 시민들이 가장 피해를 실감하는 동물은 까치가 아니라 멧돼지다. 멧돼지는 떼로 몰려 다니며 논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도심에까지 출몰해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기도 한다. 지난해 12월11일 전남 순천에서는 주민이 멧돼지에 들이받혀 숨지는 등 최근에는 인명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예비후보로 나서 “대통령의 긴급명령권을 동원해서라도 전국 농어촌 지역의 멧돼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멧돼지 등 야생동물을 퇴치하기 위해 이미 온갖 기발한 대책이 시도됐지만 아직은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남 하동군은 사람의 머리카락이나 나프탈렌, 크레졸 같은 악취가 나는 약품을 산에 뿌리거나 라디오를 24시간 켜두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폐타이어를 태워 냄새와 연기를 피우는 방법도 사용됐다. 강원도 춘천시는 호랑이 울음소리 방송을 일부 개선해 올해 다시 시도할 계획이다.

환경부 자연자원과 김준기 사무관은 “야생동물보호법의 취지는 말 그대로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현재 국내 생태계에는 멧돼지나 까치보다 상위의 포식자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보호하는 정책만을 펴기는 어려운 형편”이라며 “사람과 야생동물이 공존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피해를 당하도록 둘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