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년대 청주시의 급식 배급 모습.번화한 청주시 전경
‘매월관서 술마시고 눈뜨니 동일여관’
1945~1953년 생활상 담은 지도 발간
1945~1953년 생활상 담은 지도 발간
김청주씨는 오늘도 늦잠을 잤다.
간 밤에 거래처 직원들과 매월관에서 마신 술이 과했나 보다. 눈을 떠 보니 동일여관이다. 샛별다방에서 가져다 놓은 보리차를 마시고 정신을 차렸다. 청주합동고무공업사에서 산 운동화를 신고 허겁지겁 나왔지만 며칠 전 갑자옥에서 산 모자는 두고 나왔다. 우미나사점에서 맞춘 최신 양복이 구겨져 마음이 아프지만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내가 더 걱정이다.
60년 전 청주에 사는 한 30대 남성의 생활을 가상해 본 것이다.
1945년 해방부터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까지 청주의 생활 모습을 그대로 담은 ‘청주시 현대사 지도’가 나왔다.
청주에서 살았던 6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지도를 보고 그때 그 시절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고 정확하게 기록돼 있다.
청주역사문화연대가 만든 지도에는 청주시청·충북도청·청원군청, 주성·중앙·석교국민학교, 제일·서문교회 등 지금까지 남아 있는 관공서와 학교, 종교기관 등의 모습이 사진·문서·해설 등과 함께 담겨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 더 많다.
서슬 퍼런 청주지검·법원·경찰청사와 적산관리처·미 7사단 27연대 주둔지·반민특위 충북조사부·남조선 노동당사·의열단·대동청년단·한국독립당사 등 역사 속 건물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연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청주극장, 현대사 지도를 만들 수 있게 한 서원·럭키·반도 사진관, 서민들의 벗 삼영양조장·샛별다방·오페라다방 등은 이름만 남았다.
북일·동일·해동여관, 고위층이 드나들었던 북일루·매월·화월 등 술집이 있던 곳에는 호프·카페·커피숍 등이 자리를 잡았다.
청주 경제를 대표하던 청주피복공장·청주합동고무공업사·남선석탄·김춘성 방앗간 등은 흔적만 지도에 남았다.
청주약국, 대동한약방, 한국도자기로 이름을 바꾼 충북제도사, 대성여객은 예나 지금이나 사랑을 받고 있다.
최동찬(83)씨는 “몇 군데를 빼면 당시와 거의 유사할 정도로 지도가 잘 만들어졌다”며 “친구들과 만나 지도를 보며 그때를 추억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만순 청주역사문화연대 운영위원장은 “해방에서 한국전쟁기는 청주에서도 격동의 시기였다”며 “일기를 쓰는 심정으로 당시를 기록한 만큼 많은 이들이 지도를 보고 당시를 정확히 인식해 후세에 남겨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청주역사문화연대는 지도를 일반인들에게 나눠주고, 시대별 현대지도를 계속 만들 참이다.(043)223-8044.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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