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나이 67살인 창우산업 직원들이 작업을 잠시 멈추고 안전사고 예방을 다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년 없는 회사’ 울산 창우산업
퇴직 노동자 12명 설립…사원 70명 중 90% 환갑 넘어
지난해 대우조선서 우수업체상…정부 노인일터 지원해야 “나이? 잊고 산 지 오래야. 쓰러질 때까지 일할 거여!” 울산 울주군 온산읍 우봉리 신한기계㈜ 사내 하청업체 창우산업㈜에서 대형선박용 소형 철구조물(블록)을 만들고 있는 전국명씨는 올해 73살이다. 그는 선박부품을 만드는 업체에서 30여년 동안 일한 뒤 퇴임했지만 2001년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생활이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아직 기력이 젊은이 못지 않은데 정년에 묶여 일손을 놓게 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는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여든이 다 돼 가는데 정년퇴임 뒤 20여년 동안 집에서 쉬라고만 하는 것은 옳지 않아. 청년실업도 문제지만 노인실업도 나라에서 대책을 세워야 해”라며 열변을 토했다. 창우산업은 2001년 현대중공업에서 정년 퇴직한 현장 노동자 12명이 ‘정년없는 사업장을 만들자’며 퇴직금을 털어 만들었다. 퇴직 뒤 하청업체에서 일을 하다가 눈치가 보여서 그만둔 이들과 집과 경로당을 오가던 이들이 하나둘 입사해 현재 식구가 70여명으로 늘었다. 평균 나이는 67살로 90% 이상이 환갑을 넘겼다. 노동강도가 세고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 젊은이들도 기피하는 선박 하청업체이지만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들의 열망을 꺾을 수는 없었다. 신한기계는 처음에 노인 중심 사업장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저렴한 인건비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품질과 안전사고가 걱정이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어렵게 일자리를 찾은 노인들은 엄격한 규율로 스스로를 통제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두가 아침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까지 일한 뒤 함께 퇴근한다. 4000여평의 작업장엔 담배꽁초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각이나 무단 결근은 거의 없고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작업장에선 절대 뛰어다니지 않는다. 30여년 동안 현장에서 갈고 닦은 기술은 제품에 그대로 녹아났다. 지난해 9월 신한기계의 원청업체인 대우조선이 신한기계 사내 30여곳의 하청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줘 고맙다’며 우수업체상을 수여한 것이 그 증거다. 계약일자에 완벽한 제품을 납품하자 제품주문이 늘어났다. 매출이 창업 첫해 10여억원에서 지난해 30여억원으로 늘어났다. 다음달엔 경남 마산의 군함 제조업체와 납품계약을 맺고 본격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곧 식구를 80여명 더 뽑을 예정이다. 울산 온산공단의 석유화학 플랜트 제조업체와도 연내 계약을 앞두고 있다. 직원들의 소망은 86살에 작고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보다 더 오래 현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홍일점인 김매자(65)씨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늘이 건강을 허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업을 주도한 김창원(72) 사장은 “건강에 문제가 생겨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한 직원들을 내보내지 않을 방침”이라며 “정부가 노인 중심 일터를 육성하기 위해 한시적인 세금면제 등 지원방안을 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지난해 대우조선서 우수업체상…정부 노인일터 지원해야 “나이? 잊고 산 지 오래야. 쓰러질 때까지 일할 거여!” 울산 울주군 온산읍 우봉리 신한기계㈜ 사내 하청업체 창우산업㈜에서 대형선박용 소형 철구조물(블록)을 만들고 있는 전국명씨는 올해 73살이다. 그는 선박부품을 만드는 업체에서 30여년 동안 일한 뒤 퇴임했지만 2001년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생활이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아직 기력이 젊은이 못지 않은데 정년에 묶여 일손을 놓게 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는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여든이 다 돼 가는데 정년퇴임 뒤 20여년 동안 집에서 쉬라고만 하는 것은 옳지 않아. 청년실업도 문제지만 노인실업도 나라에서 대책을 세워야 해”라며 열변을 토했다. 창우산업은 2001년 현대중공업에서 정년 퇴직한 현장 노동자 12명이 ‘정년없는 사업장을 만들자’며 퇴직금을 털어 만들었다. 퇴직 뒤 하청업체에서 일을 하다가 눈치가 보여서 그만둔 이들과 집과 경로당을 오가던 이들이 하나둘 입사해 현재 식구가 70여명으로 늘었다. 평균 나이는 67살로 90% 이상이 환갑을 넘겼다. 노동강도가 세고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 젊은이들도 기피하는 선박 하청업체이지만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들의 열망을 꺾을 수는 없었다. 신한기계는 처음에 노인 중심 사업장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저렴한 인건비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품질과 안전사고가 걱정이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어렵게 일자리를 찾은 노인들은 엄격한 규율로 스스로를 통제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두가 아침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까지 일한 뒤 함께 퇴근한다. 4000여평의 작업장엔 담배꽁초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각이나 무단 결근은 거의 없고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작업장에선 절대 뛰어다니지 않는다. 30여년 동안 현장에서 갈고 닦은 기술은 제품에 그대로 녹아났다. 지난해 9월 신한기계의 원청업체인 대우조선이 신한기계 사내 30여곳의 하청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줘 고맙다’며 우수업체상을 수여한 것이 그 증거다. 계약일자에 완벽한 제품을 납품하자 제품주문이 늘어났다. 매출이 창업 첫해 10여억원에서 지난해 30여억원으로 늘어났다. 다음달엔 경남 마산의 군함 제조업체와 납품계약을 맺고 본격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곧 식구를 80여명 더 뽑을 예정이다. 울산 온산공단의 석유화학 플랜트 제조업체와도 연내 계약을 앞두고 있다. 직원들의 소망은 86살에 작고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보다 더 오래 현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홍일점인 김매자(65)씨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늘이 건강을 허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업을 주도한 김창원(72) 사장은 “건강에 문제가 생겨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한 직원들을 내보내지 않을 방침”이라며 “정부가 노인 중심 일터를 육성하기 위해 한시적인 세금면제 등 지원방안을 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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