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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신서동 ‘야곱의 집’ 취업 장벽 장애인 28명, 자활 일터 일궈

등록 2005-04-19 21:50수정 2005-04-19 21:50

 19일 오전 대구시 동구 신서동 야곱의 집 작업장에서 직원들이 책상에 모여 앉아 묵주를 만들고 있다.
19일 오전 대구시 동구 신서동 야곱의 집 작업장에서 직원들이 책상에 모여 앉아 묵주를 만들고 있다.


“밥과 희망을 묵주에 엮어요”

대구시 동구 신서동 ‘야곱의 집’은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 철길과 개울 건너편에 자리잡은 아담한 2층 건물이다. 겉보기에는 주거용 빌라로 보이지만, 장애인 스물여덟명의 일터다. 이 집에는 계단 대신 경사로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는 직원들이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문도 쉽게 여닫을 수 있는 보조 장치가 달려있고, 방과 방 사이에도 턱이 거의 없다.

40평 남짓한 작업장에서 직원들이 책상에 앉아 나무 구슬을 엮어 매듭을 짓고 있다.

“어서오세요.”

직원들은 눈을 들어 반갑게 인사를 건네면서도 손놀림을 멈추지 않는다.

이 집 대표 장종욱(36)씨는 1992년 교통사고를 당해 휠체어를 타게 됐다. 하던 사업을 접고 취업을 하려 했지만 당시에 그를 받아주는 직장은 한 곳도 없었다.

“장애인이 취업을 한다는 건 생각지도 못할 때였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장애인 5명이 뭉쳐서 무작정 일을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 받아주지 않으니까 우리끼리 회사를 차린 거죠.”


처음 그들이 자리잡은 곳은 대구시 동구 반야월의 지하방. 휠체어 4∼5대가 겨우 들어갈 만큼 비좁고 햇볕조차 들지 않았다.

장씨와 동료들은 성당 신부님의 권유로 가톨릭 묵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기술을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이 장씨와 동료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묵주 만드는 기술을 익혀나갔다. 첫 3년 동안 야곱의 집 사람들은 평일에는 묵주나 십자가 목걸이를 만들고, 일요일에는 지역의 성당을 찾아다니며 물건을 팔았다. 어설프기 짝이 없던 물건들이 날이 갈수록 품질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곳곳에서 주문이 밀려들었다. 이제 야곱의 집에서 만든 상품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는다. 직원들의 솜씨가 늘어갈 수록 회사는 탄탄해졌다.

“지하를 벗어나서 햇볕드는 공간에서 작업하는 게 꿈이었다”는 야곱의 집 사람들은 지난해 6월 싼 이자로 은행돈을 빌려 2층 집을 지어 이사를 했다.

지금은 직원 28명이 작업 능력에 따라 다리가 불편한 여성 직원들은 주로 재료를 엮어 묵주나 십자가 목걸이를 만들고, 남성 직원들은 기계로 나무를 다듬어 십자가 장식 등을 만든다. 팔이 불편한 직원은 이동이 잦은 일을 하고,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직원들이 간단한 포장일을 맡는다. 직원 임금의 일부는 정부로 부터 지원을 받아 한 사람이 한 달에 적게는 65만원에서 많게는 150만원까지 월급을 받아가는 번듯한 회사로 모양을 갖췄다. 주문 생산을 넘어 이제는 상품포장에 ‘야곱의 집’이라는 이름을 달아 도매상에 납품을 하고, 인터넷을 통해 전국에 팔고 있다.

3년째 이곳에서 일하는 김상경(46·경산시 옥산동·지체장애 1급)씨는 “주문이 밀려 일이 바쁘지만 회사 분위기가 좋아서 피곤한 줄을 모른다”며 웃었다.

“매달 먹고 살만큼만 벌면 충분하다”는 회사 대표 장씨는 “회사 수익은 직원들과 나누고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쓰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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