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안전사고 일지
이번엔 미국산 야채서 생쥐…통관 표본검사 빼곤 무대책
대부분 영세업체 ‘묻지마 수입’…회수조처도 늑장 일쑤
대부분 영세업체 ‘묻지마 수입’…회수조처도 늑장 일쑤
미국산 냉동야채에서 생쥐가 통째로 나오는 등 끔찍한 식품 오염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사고는 미국·중국·베트남 등 수입산 먹거리가 식탁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먹거리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는데도 식품 안전 당국의 대처가 허술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식품 오염 사실이 드러나도 즉각 회수 대신 늑장 대처하기 일쑤여서 식품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잇따른 식품 오염 사고는 우리 식탁이 수입산 식품에 크게 기대게 된 것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코스트코코리아가 수입한 냉동야채는 미국산이다. 생쥐 머리가 나온 농심의 노래방 새우깡은 중국 현지 공장에서 반제품 원료를 들여온다. 발암 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된 모차렐라 치즈는 이탈리아산이다.
하지만 이런 수입 먹거리 안전 관리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이나 농림수산식품부의 대응은 무력해 보인다. 냉동야채나 새우깡은 판매 단계에서 오염 사실이 드러났고, 치즈도 외신 보도가 난 뒤에야 식품 회수가 이뤄졌다.
현재 수입산 식품은 통관 직전 표본검사 말고는 뚜렷한 안전 대책이 없다. 이 검사를 통과하면 안전 문제는 사실상 업체에 맡겨진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식품업계에서 제대로 된 안전 관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그냥 ‘묻지 마 수입’이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수입 승인 이전에 저장고 3~6곳에서 무작위로 추출해 표본검사를 한다. 이때는 제품의 형태, 첨가물·색소, 미생물·유전자 조작 물질(GMO) 검사 등이 이뤄진다. 하지만 이후에는 서류검사가 거의 전부다.
회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업체들은 식품 사고 때마다 ‘전량 회수’를 다짐하지만, 늑장 대처와 복잡한 유통 구조 때문에 회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농심의 노래방 새우깡 회수율은 5% 남짓인데, 사고 한 달여 뒤에야 수습에 나서 추가 회수는 어려울 전망이다. 모차렐라 치즈도 레스토랑이나 피자 전문점 등 구입처가 “파기했다”지만 그대로 믿기 어렵다. 수입선이 다르면 문제 제품이 버젓이 팔리기도 한다. 식약청의 수입가공식품 회수율 자료를 보면, 최근 3년 동안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적발된 수입 가공식품 3231t 가운데 회수된 것은 357t에 그쳤다. 회수율은 2005년 22.7%, 2006년 12.9%, 2007년 9.9%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수입 이전 단계부터 식품 안전을 관리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식품 수입 승인 전에 현지 공장을 시찰해 검사한 뒤 공장 등록이 승인되면 수출을 허가한다. 제조 공정부터 들여다보는 것이다. 강봉한 식약청 식품관리팀장은 “우리나라는 워낙 많은 식품 종류와 양이 수입돼, 인력·예산에서 미국 수준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세라 김양중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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