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님·지방의원님은 ‘금배지’ 보좌관?

군수님·지방의원님은 ‘금배지’ 보좌관?

공천탈락 지지후보 따라 탈당하거나 입당 ‘들러리’

각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 공천의 후유증이 자치단체와 지방의회 등으로 번지고 있다.

자치단체장이 지역 국회의원의 탈당 행렬에 가세하면서 공무원들이 술렁이는가 하면,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이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탈당을 따르면서 지방 의회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충북 보은·옥천·영동 지역구 이용희(77) 의원이 통합민주당 공천에서 떨어진 뒤 자유선진당으로 옮기자 이들 지역의 이향래·한용택·정구복 군수도 모두 민주당을 탈당한 뒤 자유선진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이들은 공천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12일 통합민주당쪽에 “우리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공천하면 탈당하겠다”며 엄포를 놓는 등 이 의원을 노골적으로 지지했다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 중립 요청을 받기도 했다. 이들 군의 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에는 ‘군수가 아비 따라 철새로’ ‘군민으로서 수치심을 느낀다’ ‘군수를 뽑았지 국회의원 보좌관을 뽑은 게 아니다’ 등의 비난글이 잇따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공무원 선거 준칙 안내서 1만권을 전국 자치단체에 보낸 데 이어, 원세훈 장관이 나서 공무원의 선거 중립과 공명 선거 풍토 조성을 당부하는 등 공무원 단속에 나섰다.

후보를 따라 탈당을 서슴지 않는 지방의회 의원들의 철새 날갯짓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구미시 의원 5명은 김태환 의원을, 고령·성주·칠곡지역 도 의원 4명과 군 의원 13명은 이인기 의원을, 대구 달서구 의원 등 7명은 이해봉 의원을, 진주시 의원 5명은 최구식 의원을 따라 당을 떠났다. 무소속이던 강광 전북 정읍시장, 장재영 장수군수 등은 자기 지역 국회의원 후보를 따라 통합민주당에 입당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서울 동작을 후보로 내정됐던 이군현 의원이 정몽준 의원의 전략 공천에 따라 경남 통영·고성으로 옮기자, 통영시 의회는 이 후보 지지쪽과 공천에서 떨어진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김명주 의원 지지파로 양분됐다.

이에 대해 이필용(47·한나라당) 충북도 의원은 “국회의원 후보들의 행보에 따라 지방의원, 단체장 등이 갈팡질팡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국회의원들이 쥐락펴락하는 지방의원·단체장 정당 공천제를 폐지해야 선거 때마다 흔들리는 지방 정부와 의회를 바로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전 충남 총선미디어연대 이기동 팀장은 “정당 정치는 이념과 정책 등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최근 상황은 개인의 생존에만 집착해 안타깝다”며 “국회의원 후보가 공천을 못 받아 탈당하면 기초 의원·단체장이 이당 저당으로 따라 옮기는 풍토는 유권자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전국종합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