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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풍경] 안 보이고, 안 들려도 뮤지컬은 우리들의 꿈

등록 2008-04-03 21:02수정 2008-04-03 22:34

울산시장애인총연합회 건물 지하 1층에서 장창호(맨오른쪽)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장애인들이 뮤지컬〈바위에 새긴 사랑〉연습을 하고 있다.
울산시장애인총연합회 건물 지하 1층에서 장창호(맨오른쪽)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장애인들이 뮤지컬〈바위에 새긴 사랑〉연습을 하고 있다.
장애인 뮤지컬 준비중인 동그라미극장
배우 34명 모두 장애인 …15일 울산문화회관 공연
“큐!” 지난 1일 울산 중구 학성초교 앞 울산시장애인총연합회 건물 지하 1층 식당.

가족·아동극작가 장창호(48)씨가 손을 앞으로 내밀며 동작을 알리는 신호를 보냈다. 순간 우바리가 이파랑을 차지하기 위해 청동도끼로 이파랑의 연인 고랭이를 내리쳤다. 이를 말리던 이파랑이 쓰러졌다. 뒤에서 지켜보던 10여명의 곰족 백성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바리의 청동도끼에 이파랑이 쓰러지는 장면에서 자꾸 엔지가 났다. 예정된 연습시간인 오후 4시를 넘겼지만 이들은 힘든 줄도 모르고 진지하게 연습을 계속했다.

이날 연습장에서 만난 10여명은 감독인 장씨만 빼고 모두 장애인이다. 이들은 시각·청각·정신지체 등 저마다 다른 장애를 앓아 서로의 몸짓과 소리를 알아듣지 못하지만 이달 15일 오후 4, 7시 두차례 울산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뮤지컬〈바위에 새긴 사랑〉을 올린다. 출연 배우 34명은 모두가 장애인이다. 첫 장애인 뮤지컬인 셈이다. 대사와 몸짓 중심인 연극과 달리 뮤지컬은 노래까지 곁들여야 한다. 따라서 정상인도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다. 지난해 장애인 배우들로만 연극을 무대에 올렸던 동그라미극장이 이번엔 뮤지컬에 도전하기로 했다.

대본은 장씨가 2002년 완성한〈바위에 새긴 사랑〉을 각색해 쉽게 만들었다. 이 작품은 울산의 국보(제 285호)인 선사시대 유적 반구대 암각화가 새겨진 사연을 언어적 감각으로 풀어냈다. 남녀 주인공인 고랭이와 이파랑의 애틋한 사랑이 녹아 있다.

동그라미극장 쪽이 장애인단체에 연락해 배우를 모집하자 의외로 지원자가 많이 몰렸다. 작품성보다는 장애인의 재활 의지를 북돋운다는 취지를 살려 대부분 받아들였다. 지난해 연극에 참여했던 4명이 이번 뮤지컬에도 참여했다. 감독을 맡은 장씨는 “연극에 견줘 3배 정도 어렵지만 배우들의 열정이 전문배우 못지 않게 뜨겁다”고 전했다. 노래를 지도하고 있는 조미옥(48)씨는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서 장애인들이 스스로 걱정을 많이 한다”며 “노래에 빠져 드는 감정은 일반인보다 훨씬 풍부하다”고 말했다.

여주인공 이파랑을 맡은 이은아(33·지체장애 1급)씨는 “평소 보기만 하던 뮤지컬의 배우가 되어 무대에 설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관객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남은 기간 연습을 많이 해서 좋은 작품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동그라미극장 김보헌(48) 대표는 “문화적 삶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장애인들에게는 연습 과정 자체가 큰 즐거움이며, 일반인과 소통하는 징검다리”라고 말했다. (052)258~1248

글·사진/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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