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공약 지지” 유세 논란
“직접 만나 약속 받았다” 보도자료까지 뿌려
사실땐 또다른 선거개입…선관위 “위법 소지”
사실땐 또다른 선거개입…선관위 “위법 소지”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공무원들의 잇따른 선거 개입 시비를 일으키는 가운데 , 이번에는 경기 이천·여주 선거구에 출마한 한나라당 이범관 후보가 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 자신의 정책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약속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후보쪽은 이런 내용으로 유세하고 보도자료까지 뿌렸으면서도,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 후보는 지난 5일 오후 4시 경기 여주군 여주읍 농협중앙회 앞 유세에서 “4월5일 이천시 호법면의 선산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내가 당선되면 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내 공약에 대해 (이 대통령이) 적극 지지하겠다는 뜻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이어 “(대통령에게) ‘20년 동안 국회의원들이 이 지역의 규제완화를 공약했지만, 한번도 실현된 적이 없어 지역민들에게 실망만 줬다’고 말했더니 이 대통령이 적극 지지를 약속했다”며 “이천·여주에 대한 규제를 푸는 특별법을 (내가) 발의하면 이 대통령이 ‘적극 지지하겠다’는 확답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쪽은 “이 대통령의 양친(부모) 묘역이 있는 이천은 이 대통령이 ‘제2의 고향’이라고 밝힌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주장이 사실이면 대통령이 총선 후보를 직접 만나 지지 뜻을 밝히고, 지원을 약속한 것이어서 대통령의 또다른 선거개입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식목 행사를 마치고 자신의 최측근인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의 선거구(은평을)의 은평뉴타운 건설 현장을 찾아가 선거개입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 후보쪽은 8일 <한겨레> 기자의 수차례 사실확인 요청에 “담당자가 없다” “후보 일정을 잘 모르겠다 “그런 사실을 지금 밝힐 필요가 없다”는 등의 말만 되풀이했다. 이 후보자 자신은 선거 유세중이라는 이유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접전을 벌이는 친박연대 이규택 후보는 “대통령이 총선 후보 지원에 나섰다면 초등학생 반장 선거에 아버지가 개입하는 꼴”이라며 “이 후보쪽은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실을 감추려 하거나, 아니면 유권자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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