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경기지사에 사과·보상 요구…“수용 안하면 농성”
유치자금 막혀 발전계획 무산…여론수렴 안한게 ‘원죄’
유치자금 막혀 발전계획 무산…여론수렴 안한게 ‘원죄’
경기도가 하남시에서 추진하던 광역화장장 건립을 백지화하면서 심각한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김황식 하남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라는 극한 상황까지 내달았던 이 사안에 대해 경기도가 일방적으로 발을 뺐고, 하남시는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 하남시, 경기도에 사과·보상 요구 =김황식 하남시장은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광역화장장을 포기한 것은 자치단체 사이의 신뢰와 윤리를 저버리는 구태이자 지방자치 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비난한 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하남시민에게 사과하고, 그동안 빚어진 사회적·물리적 비용을 보상하라”고 촉구했다. 김 시장은 오는 20일까지 김 지사의 답변이 없으면 시민들과 함께 경기도청에서 천막·단식농성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 전격적 유치 선언에서 포기까지 =김 시장은 2006년 10월16일 하남시 의회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경기도 광역화장장을 유치하게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해 10월9일 김문수 경기지사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서울 화장장도 하남에 짓겠다. 그 대신 지하철 5호선을 상일동에서 하남시까지 연장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김 시장의 이런 일방적 광역화장장 건립 추진은 거센 반발을 불렀다. 주민설명회는 계란 세례 속에 무산됐고, 김 시장은 주민소환 투표의 대상이 되는 바람에 2007년 두번이나 직무 정지를 당했다. 김 시장은 지난 해 12월12일 투표율 미달로 마무리되자 시장직에 복귀해 화장장 유치사업을 강력하게 밀어부칠 예정이었다.
그러나 총선을 불과 닷새 앞둔 지난 4일 경기도는 느닷없이 광역화장장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곧바로 선거 개입 논란까지 일으켰다. 이어 김 지사는 지난 10일 김 시장을 만나 “새 장사법에 따라 시·군별로 화장장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광역화장장은 더이상 추진하지 못한다”고 공식 확인했다. 1년6개월 동안 하남시를 갈등속으로 내몰았던 광역화장장 유치 사업은 두 사람이 만난 지 20여분만에 막을 내렸다.
■ 물건너간 하남시의 장밋빛 청사진, 전망은 =김 시장은 1조4천억원의 외국자본을 유치해 복합단지와 명품아울렛 매장 600개를 세울 계획이었다. 하남시는 지난해 3월 홍콩에 본사를 둔 킹파워그룹과 투자협약을 맺었다. 또 명문 중·고교와 대학 유치, 세계적 영상 디지털 산학단지 육성 등을 4대 비전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모든 사업은 광역화장장을 유치해 2천억원의 씨앗돈이 들어와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 갈등은 일차적으로 하남시장이 경기도 장사시설을 독단적으로 추진한 데 따른 일이었다. 또 반발하는 주민들의 여론을 듣고 이를 반영하지 않고 오히려 감정을 자극해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 주민 통합과 갈등 조정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경기도도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통합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화장장을 둘러싸고 빚어진 각종 문제의 원인은 반민주적 절차에서부터 비롯했다”며 “하남시와 경기도가 주민여론 수렴이란 기본적인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악화됐다”고 말했다.
하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하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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