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학부모회, 실태 조사 공개
“도교육청 왜 묵인하나” 비판 목청
“도교육청 왜 묵인하나” 비판 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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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ㅅ고교 학생들은 ‘0교시 수업’을 받지 않는다. 정규 수업시간보다 2시간 가까이 빠른 오전 7시부터 시작하는 ㅇ교시 수업은 말도 많고 탈도 많기 때문이다. 대신 이 학교는 아예 오전 7시50분부터 1교시를 시작한다. 또한 ㄱ고교도 마찬가지로 0교시로 불리울 만한 수업은 없앴다. 다만 오전 7시10분~20분까지 학생들을 등교시켜 ‘자율적으로’ 교육방송을 시청하게 하고, 국·영·수 수행평가도 한다. ㅅ고는 ‘눈가리고 아웅’하고 ㄱ고는 ‘살짝 내놓고’ 0교시 수업을 사실상 시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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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고는 2, 3학년을 성적에 따라 반을 가르는 우열반을 만들어 수업 중이다. 또 ㅈ고는 성적이 좋은 학생들로 우등반을 만들어 새벽 1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시키고, 이른바 ‘놀토’나 일요일에도 ‘자율적으로’ 학교에 나오도록 하고 있다. ㄴ고는 1·2학년생을 대상으로 우등반을 만들어 따로 마련된 교실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학생들을 무한·과열경쟁으로 몰아넣고 성적으로 서열화한다는 지적을 받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학원자율화계획’이 경기도내 고교 곳곳에서 사실상 시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교조·참교육학부모회·21세기 청소년공동체희망 등 3개 단체 경기도 지부는 21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정문에서 집회를 열고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 강제 야간자율학습 등의 실태를 조사해 공개했다. 이들은 “금지 지침이 분명히 있는데도 상당수 학교가 이를 어기고 학생들의 건강권을 위협하면서 차별·서열화 교육을 강행하고 있다”며 “도 교육청은 이를 묵인·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정희 전교조 경기지부장은 “김진춘 경기도 교육감은 졸속의 극치란 지적을 받는 교과부의 자율화 계획을 대환영한다고 밝혔다”며 “0교시 수업 등은 교원단체와 도 교육청의 단체협약에 따라 금지됐음에도 이를 사실상 허용하는 방침을 밝힌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지난해 입학성적을 기준으로 1등부터 100등까지 3개 반 101등부터 나머지를 5개반으로 나눠 우열반을 편성했던 한 고교 교사는 “열반에 들어간 학생들의 조퇴와 결석이 계속 늘어나고, 학부모 반발도 심해 이를 중단했다”며 “성적 우수학생들에게 특별보충수업을 하는 것도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 시정권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교조 등은 0교시 허용 등의 내용이 담긴 자율화 계획이 폐지될 때까지 1인 시위와 대국민 서명운동 등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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