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보리 물부족 시들어
밤기온 뚝 포도·사과 피해
밤기온 뚝 포도·사과 피해
충북 청원군 낭성면 귀래리 농민 조관호(46)씨는 14일 오후 고추를 심었다. 예년보다 10일 이상 늦었다. 조씨는 “너무 가물어 비를 기다리다 늦었는데, 뿌리나 제대로 내릴지 모르겠다”며 “다가올 모내기철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충북지역은 올해 평균 강수량이 95.5㎜다. 지난해 237.5㎜, 예년 평균 255.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천시 봉양읍 건넛담마을과 보은군 보은읍 금굴리 은사뜰마을은 먹을 물이 말라 소방차로 운반 급수를 해야 할 정도다.
조류 인플루엔자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봄가뭄과 냉해까지 겹쳐 농심이 숯검덩이로 타들어가고 있다. 봄가뭄은 비단 충북지역만이 아니다. 서울 등 전국 기상청이 있는 8개 지역의 3~5월 평균 강수량은 올해 100㎜ 안팎에 머물고 있다. 같은 기간의 예년 평균 강수량은 250㎜를 웃돌았다. 전북도가 최근 보리 생육 상태를 살폈더니 길이가 48.2㎝로 지난해에 견줘 2.1㎝가 작았고, 이삭 수도 720개로 예년에 비해 18개가 적었다.
특히 충북 청원, 오창, 충주, 강원 등지에는 봄가뭄으로 옥수수·감자·고추 등 밭작물이 생육을 멈추거나 잎이 시드는 등 바짝 말라 가고 있다. 또, 낮 시간대 20도를 훌쩍 넘었다가 밤·새벽 시간대 영하권으로 곤두박질하는 기온은 과수 피해마저 부르고 있다. 국내 최대 포도재배단지인 충북 영동군 일대는 지난달 28일 영하 1.6도까지 떨어지면서 포도 59㏊ 등 과일나무 77㏊가 냉해를 입었다.
같은 날 경기 안성의 배·포도 단지 350여㏊, 경북 문경·상주의 사과 재배단지 700여㏊도 냉해를 입었다. 충남지역의 사과와 배 등 주요 과일의 착과율(열매맺음 비율)도 크게 떨어졌다. 사과 집단 재배지역인 예산의 사과 착과율이 예년 평균보다 15%~20%p 이상 떨어졌다.
영동군 농정과 정기종씨는 “이상 기온 때문에 농사짓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규성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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