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풍경] 남녘 노동자가 판 벌인 ‘북녘의 봄소식’

15일 한 주부가 자녀의 손을 잡고 울산 현대자동차 문화회관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북녘 작가들의 봄 소식’ 전시회 작품을 보고 있다.

북한 예술 전시회 연 현대차노조

인민·공훈예술가 작품 200여점 전시
평양 국수공장 운영비 마련위해 기획

북쪽의 유명 예술가들과 남쪽의 노동자들이 전시장에서 만났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6.15공동선언 8돌을 기념해 우리겨레하나되기울산운동본부,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함께 13일~31일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문화회관 지하 1층 전시장에서 ‘북녘 작가들의 봄 소식’을 연다.

이번 전시회는 목적은 두 가지다. 먼저 노동자와 가족들이 또 다른 우리의 한쪽인 북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난해 현대차 노조가 5억원을 들여 평양 모란봉구역 국수공장에 보낸 옥수수 국수기계(월 60만t 생산)의 재료비 마련을 위해서다. 모란봉구역 국수공장에서는 옥수수 국수기계 2대와 밀가루 국수기계 1대로 월 120여t의 국수를 생산하고 있는데, 최근 옥수수 등 원재료의 구입가격이 크게 올라 국수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주최 쪽은 이런 전시회 취지를 끈질기게 설명했고, 북쪽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국수공장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현대자동차지부와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의 진정성에 마음을 열었다. 그래서 평양 만수대 창작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민·공훈예술가들의 조선화 70여 점, 보석화 90여 점, 수예 20여 점, 유화 20여 점 등 200여 점을 내줬다. 정창모 오영성 황병호 리경남 김용권 김춘전 김성호 리창 선우영 김성근 등 10여 명의 인민·공훈예술가들이 직접 그리고 만들었다.

전시 공간이 모자라 3주 동안 작품을 번갈아 전시해 모두를 한번에 볼 수 없는 것이 흠이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매주 한 차례 전시장을 찾으면 북쪽 대표 예술가들의 빼어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 들머리 복도에 6.15공동선언과 지난해 10.4선언 당시의 남북 정상 모습 및 진행 과정, 북녘 동포들의 생활·교육·문화 등을 담은 사진 등 60여 점이 내걸려 자녀들과 함께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느끼고 배울 수도 있다.

전시 작품들은 노조원들은 물론 시민들에게 판매되며, 가격은 진품에 걸맞게 100만~1000만원으로 책정됐다. 또 10만~50만원을 내면 평양 만수대 창작사에서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가족·결혼·인물사진을 유화·보석화·천연대리석화로 재현해 신청자들의 집으로 배달된다.

윤해모 현대자동차지부장은 “국내에서 단위 노조가 북의 유명 예술가 작품 전시회를 여는 것은 처음”이라며 “남과 북의 거리가 더 좁혀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phone].

글·사진 김광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