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치러 가던 중년 남성 두 명이 제2중부고속도로 하행선 갓길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지 꼭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의 직접 사망 원인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사건이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 고전하는 국과수 고교 선후배인 김아무개(50)·의사)씨와 박아무개(48)씨는 지난 4월27일 119에 전화를 걸어 ‘약물중독’ 등의 말을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이번 사건을 약물중독에 의한 사고사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감정을 요청했다.
국과수는 이들이 버린 홍삼드링크 병과 구토물·체액, 혈액, 위내용물 등을 정밀 감정했으나,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성분의 약물 2종류만 확인했고, 다른 독극물을 찾지 못했다. 국과수는 드링크 일부 성분이 이들 성분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지도 조사했지만, 전혀 사례가 없었다. 국과수는 10여명의 전문요원들을 동원해 ‘제3의 약물’ 존재 가능성까지 두고 조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다.
■ 경찰도 제자리 수사 경찰은 사건이 나자마자 왜 약물을 복용했는지에만 수사해왔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사인이 약물에 의한 자살이나 타살이라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과수에서 사인을 밝혀내지 못하자 당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경찰도 수사 전담반을 꾸려 숨진 이들의 통화 내역과 이메일을 조사했고, 주변 인물 140여명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였다. 심지어 이들이 평소 약물을 복용했거나 원한을 살 만한 일을 했는지까지 뒤졌지만 전혀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김웅기 광주경찰서 형사과장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미궁”이라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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