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받으면 적금 들어라’ 횡포
정부합동감사반 조사 결과
대구 지역 중소기업들이 은행에 돈을 빌린 뒤 강제로 정기예금 등을 들어야 하는 ‘꺽기’ 관행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관행은 전국적인 현상인 것으로 알려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정부합동감사반이 대구시와 공동으로 최근 경영안정자금을 받은 대구 지역 중소기업 60여곳을 상대로 꺽기 피해 여부를 조사해 보니, 55%인 33곳에서 피해를 봤다고 대답했다. 경영안정자금은 원자재값 폭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노동자 50명 미만의 중소기업에 지방자치단체의 추천으로 3∼5억원의 1년 단기자금을 빌려 주는 제도로 이자의 2∼3%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대신 갚아 주고 있다.
대구시를 감사중인 정부합동감사반 김경희 반장은 “은행 쪽의 보복이 무서워 답변을 하지 않은 중소기업 등을 감안하면 피해업체는 55%보다 훨씬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 과정에서 꺽기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지난해 한해 경영안정자금을 받은 전체 중소기업체 777곳 가운데 60여곳을 골라 직접 방문해 조사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꺽기 피해 사례를 보면, 은행의 요구에 못견뎌 정기적금을 든 중소기업이 24곳이나 됐다. 적금 액수는 적게는 월 100만원에서 많게는 한달 2천만원에 이르며, 기간은 1, 3, 5년 등으로 조사됐다. 또 3곳은 정기예금을 들었으며, 연간 3천만∼4천만원의 연금을 강제로 든 기업도 3곳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1억원 또는 월 100만원 짜리 펀드 가입을 강요하거나 월 50만원씩 10년 동안 보험을 들도록 요구한 은행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반은 꺽기를 한 은행 8곳이 은행법 또는 은행업 감독규정을 어긴 것으로 보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할 방침이다.
감사반은 “꺽기는 전국에 걸쳐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기업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꺼리는 바람에 쉽게 공개되지 않아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며 “이번에 적발된 은행들을 강력하게 조치하도록 금융감독원에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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