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사람과 풍경] 청주지검 이사가던 날

등록 2008-06-12 21:46

청주지방검찰청 직원들이 12일 오후 청주 산남동 새 청사에서 수사기록 등 이삿짐 정리를 하고 있다. 청주지검 제공.
청주지방검찰청 직원들이 12일 오후 청주 산남동 새 청사에서 수사기록 등 이삿짐 정리를 하고 있다. 청주지검 제공.
“쉿” 이사업체 신분확인 비밀유지 다짐받고
‘신줏단지’ 수사자료 노출될라 직접옮겨
사법기관의 이사는 어떨까?

12일 이사를 시작한 청주지방검찰청을 찾았다.

청주지검은 1970년부터 38년 동안 이어온 수곡동 시대를 마감하고 16일 산남동 시대 개막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새 청사는 두꺼비 서식지 원흥이 방죽이 내려다보이는 10층 건물로 영상녹화·장애인·여성 아동 전용 조사실 등을 갖췄다.

옛 집이 낡고, 좁다며 투덜대던 직원들은 인권·환경친화적인 새 집을 크게 반기는 모습이다.

검찰의 이사는 여염집과 달랐다.

여느 가정집은 야반도주가 아니고서야 일부러 라도 이웃에게 나고 드는 사실을 알리려고 떠들썩하고 더러 그릇도 깨지기 마련이지만 이들의 이사는 조용하다 못해 비밀스럽다.

가정집은 그릇·보석·가구류가 소중하지만 이들은 사건 관련 수사기록·문서·자료 등이 ‘신줏단지’다.

5t 화물차로 60여대 분량의 이삿짐을 옮겨야 하는 청주지검은 무엇보다 20만건에 이르는 문서 자료 보존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사업체를 뽑을 때 직원 명단을 받아 신분을 확인했으며, “이사과정에서 습득한 각종 시설, 자료 등에 대한 비밀을 유지한다”는 다짐까지 받았다.

이사업체 한 직원은 “다른 일에 비해 힘들지 않지만 평소에도 오기 꺼려지는 곳인데다 워낙 보안을 강조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문서를 싣고, 내리고, 새 청사에 보관할 때마다 직원들이 두 눈을 부릅떴다.

최근 수사 기록 등이 담겨있는 컴퓨터·일지 등 중요 문서는 검사 등 직원 150여명이 승용차 등으로 직접 옮기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양건수 검사는 “이사 과정의 정보 유출 문제를 고민하다 가장 원시적이지만 효과적인 자신이 직접 옮기는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가정은 대개 악귀의 방해가 없어 탈이 나지 않는다는 ‘손 없는 날’을 골라 이사를 하지만 청주지검은 ‘손님(민원인)’이 없는 주말을 택했다.

대신 새 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16일 낮 12시께 고사를 지내 액을 막기로 했다.

이웃 청주지방법원도 21~25일 이사를 한다.

5t 화물차 100대 분량을 옮겨야 하는 법원도 재판 관련 자료 분실과 사고를 막으려고 소방본부·경찰서· 등에 협조를 구하는 등 자료 보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