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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시장실 바닥 양탄자 아래 20년대 일 신문 더덕더덕

등록 2008-06-23 22:55

서울시청 3층의 태평홀은 일제 때부터 최근까지 대회의장으로 사용된 곳으로 시청 전체에서 가장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공간이다. 20일 오후 문화연대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이 태평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청 3층의 태평홀은 일제 때부터 최근까지 대회의장으로 사용된 곳으로 시청 전체에서 가장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공간이다. 20일 오후 문화연대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이 태평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청 재건축 현장 둘러보니
서울시청 건물이 여러 차례 고쳐졌다는 서울시의 주장과 달리, 서울시장 접견실 양탄자 아래에서는 1926년 완공 당시 깔았던 것으로 보이는 <아사히신문>이 발견됐다.
서울시청 건물이 여러 차례 고쳐졌다는 서울시의 주장과 달리, 서울시장 접견실 양탄자 아래에서는 1926년 완공 당시 깔았던 것으로 보이는 <아사히신문>이 발견됐다.
82년간의 흔적 곳곳에 남아
복도마다 건축물 자재 산적

서울시 등록문화재 52호인 서울시청(옛 경성부청) 건물에 대한 재건축 공사가 이번달 초부터 시작됐다. 이 건물은 서울시의 신청사 건립 계획에 따라 도서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 수술대에 올랐다. 내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시청 건물 안을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과 함께 지난 20일 오후 들여다 보았다. 82년 동안 수없는 개축과 보수를 거친 건물의 곳곳에는 세월이 묻힌 손때가 묻어 있었다.

황 위원장과 취재진은 먼저 정문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16단 중앙계단에 올랐다. 황 위원장은 “중앙계단과 주변의 장식을 보면 사치스런 장식은 피하고 지극히 담백한 느낌을 주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성부 청사의 건축비용이, 조선총독부 건물의 1/8밖에 안되는 약 80만원이었던 점도 이런 간소한 설계의 주요 원인이었다”라고 설명했다.

2층 중앙홀에는 건축용 철제 자재가 쌓여 있었고, 복도마다 건축물 자재와 쓰레기를 모은 자루가 발목을 막아섰다. 2층에서 마주친 한 측량기사는 “서울시청 전체에 대한 정확한 측량지도를 마련하기 위해 다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청 내부는 복도의 한쪽 방향으로만 사무실이 자리잡아 건물의 두께가 얇은 것도 특이점이다. 황 위원장은 “시민들이 한꺼번에 시청을 찾더라도 붐비지 않게 하고, 채광을 좋게 하려는 설계자의 배려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3층에 있는 대회의장인 ‘태평홀’은 탁자와 의자들이 제거된 채 텅 비어있었다. 넓이 378㎡, 높이 약 6m의 태평홀은 1926년 완공 당시, 시 의회 격인 경성부협의회 회의장으로 쓰인 공간이다. 이 곳은 최근까지도 시장이 주재하는 주요 회의 공간으로 활용됐다. 황 위원장은 “보통 이런 공간은 의장석을 높게 해서 권위를 세우는데, 이곳은 모든 의석을 같은 높이로 한 것이 독특하다”고 말했다.

태평홀의 맞은편은 역대 시장들의 애환이 서린 시장실이다. 76.1㎡의 시장 접견실의 불을 켜고 연한 녹색의 양탄자를 걷어내니 바닥에는 누렇게 바랜 신문지가 어지럽게 붙어있었다. 일본어가 희미하게 적힌 신문에는 ‘다이쇼(大正) 15년 6월6일’이라는 발행 날짜가 보였다. 황 위원장은 “다이쇼 15년이면 시청이 완공된 1926년으로, 그동안 숱한 보수·개축 과정에서도 당시 신문이 남아있는 것이 놀랍다”고 흥분했다.

4층의 한켠에서는 천장 구조물이 ‘꽝꽝’ 소리를 내며 뜯겨지고 있었다. 4층의 작은 베란다를 통해 시청 건물의 뒷모습이 보였다. 황 위원장은 “과거의 기록을 보면, 외벽의 칠감으로는 서울의 추위에 견딜 수 있도록 독일 남부의 와이덴 지방에서 나온 ‘리씽’이라는 재료를 특별히 수입해서 사용했는데, 이는 일본 본토에서도 유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황 위원장은 “경성부 청사는 덕수궁 바로 옆에 지어지면서 일제의 침탈 의도가 분명히 드러낸 면이 있다”며 “아픈 역사도 우리의 역사이며, 일제와 20년, 우리와 60년을 함께 지낸 건물인만큼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활용하는 방안을 찾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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