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조, 성남 초교 59곳 실태조사서 사례 공개
57% 중간고사 치러…3~6학년은 3곳빼고 전부
57% 중간고사 치러…3~6학년은 3곳빼고 전부
분당 새도시에 사는 혜림(8·가명)이는 지난 3월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공휴일을 빼고 지금까지 학교를 다닌 날은 모두 80여일, 하지만 혜림이는 지금까지 40번 넘게 시험을 치렀다.
입학한 지 한 달 만에 시작된 받아쓰기 시험은 어느새 30번이 넘었다. 또 국어와 수학 시험도 벌써 2~3차례 치렀고, 최근에는 ‘슬기로운 생활’과 ‘바른 생활’ 등의 과목도 시험을 봤다. 시험에서 100점을 받을 때마다 선생님은 별 모양이 그려진 도장을 하얀 종이 위에 1개씩 찍어준다. 그래서 아이들은 지금까지 받은 별이 몇개인지를 세어 보고 서로를 비교한다.
‘별 도장’ 숫자가 적으면 또래들과 어울리기 힘들다. 금세 열등생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틀에 한 번 꼴로 치러지는 시험 탓에 혜림이는 영어는 물론 수학과 국어까지 과외를 받아야 한다.
혜림이가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면 엄마까지 ‘열등생 가족’으로 찍혀 학부모들 사이에서 ‘왕따’가 된다. 그래서 혜림이는 엄마를 위해서라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혜림이 엄마 이아무개(35)씨는 “잦은 시험으로 아이는 물론 가족들 전체가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을 무한경쟁으로 몰아넣는 초등학교의 각종 시험에 대한 실태조사가 처음 이뤄졌다. 전교조 경기 성남 초등지회(지회장 김순오)는 최근 성남시내 전체 초등학교 59곳의 지필고사 실태를 조사해 공개했다.
조사 결과, 전체의 57%인 초교 34곳이 중간고사를 치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가운데 초교 1~2학년생들을 대상으로 국어와 수학 시험을 치른 학교는 52곳에 이르렀고, 12개 학교는 바른 생활, 즐거운 생활, 슬기로운 생활 등 과목에 대해서도 시험을 치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6학년생들은 전체에서 3곳을 뺀 56곳의 초교에서 국어·수학·사회·과학 등의 시험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시험을 치르는 학교들은 모두 기말시험을 치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순오 성남 초등지회장은 ”이번 조사는 시험에 내몰리는 초등생들의 안타까운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저학년 때부터 시험지옥으로 빠트리는 교육의 시장화 정책이 어떤 불행을 불러올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어와 수학 등 이른바 지지교과는 어쩔 수 없이 시험을 본다 해도 바른생활이나 슬기로운 생활 등 과목까지 시험을 보는 것은 제7차 교육과정의 기본원칙을 어기는 불법행위”라고 덧붙였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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