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랏차차 여성]
‘이웃 돕기’나 ‘환경 보호’ 운동을 펴는 것처럼 날마다 ‘아름다운 성을 만들자’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유치원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 나이와 성별, 직업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성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름다운 성 교육연구소 대표 정명란(36·사진)씨는 부부 사이 혹은 절친한 친구 사이에도 내보이기 힘든 성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성 문제 전문가다.
정씨가 내민 명함을 받아든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굴을 한번 더 쳐다본다. 대부분 애매한 미소를 띄며, “아…참 어려운 일 하시네요” 한다.
그는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하던 1994년, 가톨릭 단체에서 실업계고 여학생들의 생활 상담을 하면서 성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 3~4년 동안 청소년들의 성문제 상담을 하고 교육을 하다보니 어느새 성 교육 강사가 돼있었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집안에서 조차 “어디가서 성교육 강사라고 얘기하지는 말라”고 할 만큼 낯설고 껄끄러운 직업으로 통했다. 그러나 스스로 성교육의 필요성에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설득했다.
10년 넘게 꾸준히 유치원, 학교, 직장, 복지시설로 ‘찾아가는 성교육’을 하다보니, 요즘은 곳곳에서 교육 요청이 줄을 잇는다. 대학에서 여성학 강의를 하면서 지역의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도맡아 한다. 학교에서 자녀 성교육에 관해 강의를 들은 학부모가 자신의 성 문제를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남편의 직장에 성 교육 강의를 제안하기도 한다.
2001년부터 아름다운 성 만들기에 발벗고 나선 사람들이 뭉쳐서 성 교육 연구소를 만들었다. 성교육에 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성교육 전문 강사들을 길러낸다.
그는 요즘 ‘성 복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성에 관한 얘기를 하다보면, 단순히 교육으로 그칠 게 아니라 성을 복지문제로 접근할 필요를 느낍니다.”
정씨는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사회복지학과 성교육 강사로 겪은 풍부한 경험을 결합하고 있다.
“대구에 ‘아름다운 성 문화 센터’를 만들면 어떨까요. 남녀노소 누구나 찾아와 성에 관해 공부하고 상담·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거죠.” 그의 꿈이다.
성교육 대상에 맞춰 성 얘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그가 하고 싶은 얘기는 간단하다.
“아름답고 당당한 성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대구/글·사진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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