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도심지 동성로를 50여년 동안 지켜온 노점상들이 이달 말쯤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구대선 기자 sunnyk@ani.co.kr
중구청, 30억원 들여 내달부터 디자인 개선사업
150여 노점상 “생계대책 마련” 요구하며 반발
150여 노점상 “생계대책 마련” 요구하며 반발
하 루 수십만 인파가 몰려드는 대구 도심지 동성로의 명물인 노점상이 사라진다.
대구 중구청이 공공디자인 사업을 한다며 노점상들을 쫓아내려 하자 노점상인들은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란 말이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 중구청은 사업비 30억원을 들여 공공디자인 사업의 하나로 도심지인 동성로 길바닥에 나무를 심고 의자를 놓기로 했다. 또 길바닥에 100여년 전에 허물어진 대구읍성을 재현할 계획도 마련중이다. 이와 함께 어지럽게 널려진 상가 간판의 크기를 줄이고 예쁘게 바꾸는 작업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은 이르면 다음 달 공사를 시작해 내년 1월쯤 끝낸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라 대구백화점 앞∼대구역 건너편 대우빌딩 580여m에 흩어져 있는 노점상 150여곳이 사라지게 됐다. 시계, 모자, 휴대폰 고리, 신발과 주스, 빵 등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들은 50여년쯤 전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아 요즘은 하루 평균 3∼4만원 정도 벌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성낙준 대구중구청 도시국장은 “공사가 시작되는 이달 하순쯤 노점상들이 자리를 비워야 되고 공사가 끝난 뒤에도 되돌아와서 장사하기는 어려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동성로 노점상 150여명 가운데 30여명은 동성로에서 1㎞ 떨어진 동아양봉원 부근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점상들은 “세계 어느 도시를 가봐도 유명한 도시마다 노점상들이 있다고 들었다”며 “생계 대책을 세워 달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시계 노점상 김아무개씨는 “30년동안 장사를 했는데 60살난 나이에 여기에서 쫓겨나면 무얼 먹고 살지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한 모자 노점상도 “다른 장소를 마련해 준다거나 하는 등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장사를 못하게 하면 어떻게하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노점상 대표 최창준(42·엑세서리 노점)씨는 “공사가 시작되기 7일 전에 노점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현재 동료들과 대책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중구청은 “대학교수 등이 참여하는 공공디자인 위원회 등에서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동성로 노점을 없애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글·사진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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