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여행이 자치단체들의 특산물·문화상품과 결합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9시2분 서울역에서 출발한 포도주 열차(와인 트레인)에는 관광객 93명이 탔다. 연인이나 부부, 가족, 또는 동창회를 하는 친구들까지 삼삼오오 즐거운 표정으로 열차에 올랐다. 평일이지만 일반 열차 못지않은 승객이다.
포도주 열차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포도 주산지 충북 영동군, 영동군이 출자한 포도주 제조업체 와인 코리아가 운영하는 관광 열차다. 포도 넝쿨 등으로 꾸민 열차 안에 들어서면 근사한 와인바를 차린 객실이 나온다. 관광객들은 영동을 거쳐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이곳에서 고급 포도주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
국내 최대 포도 산지인 영동에 도착하면 포도를 따고 밟아 포도주를 담거나 포도주가 익어가는 토굴 등을 둘러보고, 영동 난계 국악 박물관에서 전통음악도 들어볼 수 있다. 최근에는 포도주 족욕과 소나무 숲길 산책 등 할 거리를 늘렸다. 2006년 12월6일부터 매주 화·토요일마다 운행되는 와인 열차는 지금까지 1만6011명이 이용했다. 예약이 밀리는 등 인기를 끌자 지난해 6월부터는 객차 두 량을 늘려 네 량씩 운행하고 있다.
코레일 경북 남부지사 박삼희 차장은 “평일 수입은 일반 열차와 비슷하지만 주말은 일반 열차보다 60% 이상 수입이 는다”며 “와인 열차는 관광 열차의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자치단체와 포도주 제조업체는 지역 홍보와 매출 신장을 크게 반기고 있다. 와인 코리아 강신억 상무는 “와인 열차를 운행한 뒤 국내산 포도주와 영동 포도 인식이 높아져 찾는 사람도 늘었다”라고 말했다.
와인 열차뿐 아니라, 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관광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2005년 4월7일부터 운행된 정선 5일장 열차는 강원지역의 대표 문화 관광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정선 5일장이 서는 끝자리 2·7일마다 운행되는 열차는 정선 장터뿐 아니라 화암동굴 등 관광 상품과 결합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강원지역은 정동진 해돋이 열차, 영월 동강 래프팅 열차, 강릉·동해·삼척시가 운행하는 동해안 바다 열차 등 열차 여행 루트를 넓혀가고 있다.
단양군의 사계절 테마 열차도 눈길을 끈다. 겨울에는 환상선 눈꽃열차, 봄에는 단양팔경 유람·산나물 채취 열차, 여름에는 단양 마늘 5일장 피서 열차, 가을에는 단풍·온달 축제 열차를 운행한다. 단양 사계절 열차는 지난해 4600여명이 이용했으며, 1억5천여만원의 관광 수익을 냈다.
열차 관광이 인기를 끌자, 부산시와 코레일 부산지사는 주말 밤마다 부산 해운대·송정 해변을 여행하는 별밤 열차 ‘부산 갈매기’ 운행을 검토하고 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