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환 시의원 “수도권에 제2 동천학사를” 주장
지역대학 “인재 밖으로 내보는 것 돕는셈” 비판
지역대학 “인재 밖으로 내보는 것 돕는셈” 비판
경기·강원·충북·전북·광주·제주 등에 이어 울산시에서도 서울지역 대학으로 진학한 지역 고교생들을 위한 특별 기숙사를 서울에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를 주장하는 쪽은 자치단체가 기숙사를 지어 지역 고교 졸업생들의 체류비 부담을 덜어주면, 지역 출신 대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해 주요 정부 기관에 진출할 수 있고, 이것이 지역 발전과 연결된다는 ‘지역인재 양성론’을 내세우고 있다.
박순환 울산시 의원은 “정해영 전 국회부의장이 1950년대에 동천학사를 지어 1980년 문을 닫기까지 문민정부 실세였던 최형우 전 국회의원과 심완구 전 울산시장 등 500여명의 인재를 배출했다”며 “현재 중앙정부에 지역 출신 1급 관료가 한 명도 없으며, 울산의 발전을 위해선 제2의 동천학사 건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하는 쪽은 수도권 외 다른 지역 대학에 진학한 졸업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해마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대학 등록금과 하숙비 등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허리가 휘는 것은 다른 지역 대학에 진학한 핛애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올해 대학에 진학한 지역 고교 졸업생 1만22명 가운데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1874명(18.7%)이 진학했지만, 부산·경남에는 3440명(34. 3%), 대구·경북에는 1974명(19.7%)이 진학했다.
지역 대학 관계자는 “수도권에 향토 기숙사를 설립하는 것은 지역 인재들을 지역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돕는 셈”이라며 “인재 유출을 막아야 한다며 정부의 국립대 통·폐합 구조조정 방침에 반대하고 울산과학기술대를 유치한 것과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울산시도 박 의원한테 보낸 답변서에서 “수도권 기숙학사 설립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300명을 수용하기 위해 250억~300억원의 건립비와 연간 10억~20억원의 운영비가 든다”며 “장기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편, 현재 강원도 등 7개 시·도는 1975~2001년 수도권에 30억~200억원을 들여 264명~810명 수용 규모의 기숙학사를 지어 재단과 장학회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부담은 한달 12만~15만원에 불과해 이들 기숙사는 인기를 얻고 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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