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시설 부실 탓” “운전미숙”
분당 새도시 대형 할인매장인 이마트 고층 주차장에서 승용차가 벽을 뚫고 떨어져 초등학교 교장 박아무개(60)씨 부부가 숨진 지 열흘이 넘었다. 경찰은 사고원인을 운전 미숙이나 부주의로 보고 있으나, 유족들은 고층 주차장의 허술한 안전시설이 부른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들은 사고차량이 지난 달 26일 밤 시속 22㎞ 정도로 이마트 5층에서 4층으로 내려오다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초 단위까지 나오는 폐쇄회로텔레비전에 찍힌 사고차량의 이동 모습과 거리 등을 속도로 환산해 나온 것이다. 따라서 1.5t이 채 안되는 승용차가 이 정도 속도로 부딪쳤는데 높이 20㎝의 콘크리트 턱과 직경 15㎝, 높이 60㎝의 추락방지용 철제 안전봉이 부서지면서 주차장 벽체까지 뚫린 것은 안전시설이 부실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2월 개정된 주차장법을 보면, 건축물식 주차장에는 추락 방지를 위해 2t 차량이 시속 20㎞의 주행속도로 정면 충돌하는 경우에 견딜 수 있는 강도의 구조물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1996년에 지어진 이마트 분당점의 주차장 벽은 충격에 매우 약해 주로 조립식 건물에 사용되는 속이 빈 7㎝ 두께의 초경량 콘크리트 패널로 지어져 있다. 경찰은 이마트가 관련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의 주요 원인을 ‘운전 미숙’에 무게를 두고 있다. 주차장 바닥에 스키드 마크(급출발이나 급제동 할 때 생기는 타이어 자국)가 없고, 폐쇄회로텔레비전 화면에 승용차의 브레이크등이 켜져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족들은 승용차 운전자였던 부인 염아무개(55·여)씨가 12년 운전경력의 숙련된 운전자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따라서 제동장치 고장 등 차제 결함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차량에 대한 정밀감식을 맡겼다. 결과가 나오는 데는 2~3개월이 걸릴 예정이다.
딸 박아무개(여·교사)씨는 “벽체의 강도가 안전기준 이상이었다면, 사고 차량에는 에어백이 있어 사망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마트는 현재 사고가 난 지점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같은 자재로 복구해놓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 쪽은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며, 주차장 안전시설 보강 문제도 각 점포별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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