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3곳 건립 신청…주민 반발에 허가 고심
경북 울진군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금강송이 울창한 산속에 태양광발전소를 세우겠다는 신청이 잇따라 허가를 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소는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울진군은 14일 “올해 들어 태양광발전소 건립 허가 신청이 3건이나 접수돼 이 가운데 1건은 허가를 내줬고, 1건은 불허했으며, 1건은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2일 허가가 난 울진군 평해읍 오곡리에서는 터 2만9700㎡에 태양광발전소를 짓기 위해 금강송 소나무 2천여 그루를 베어 내야 한다. 울진군은 “1개월전부터 금강송을 베어 내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울진군은 북면 부구리 2만4321㎡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는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발전소를 짓기 위해 금강송 1200여 그루를 베어 내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건설업자 쪽의 요청을 받고 산림 훼손이 염려된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또 북면 사계리 터 2만2077㎡에 지으려는 태양광발전소는 현재 허가 여부를 검토중이다.
울진군은 이곳은 산림이 무성해 발전소를 지으려면 30년 이상된 금강송 300여 그루를 베어내야 하는 점을 감안해 허가 내주기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후포 등 울진군 지역 10여곳에서 태양광발전소를 짓기 위해 허가 신청을 준비중이다. 울진군은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빌미로 싼값에 임야를 사들인뒤 금강송을 베어내 1그루에 500만∼700만원씩 받고 조경수로 팔아 넘기려는 조짐이 보인다고 밝혔다.
안윤창 울진군 산림녹지과장은 “정부가 태양광발전소를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울진군 전역에 울창하게 자라는 금강송을 보호하기위해 앞으로 가능하면 발전소 허가를 내주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울진군에서는 산림청이 관리하는 서면 소광리 일대 금강송 숲 2200㏊ 외에도 북면 두천리, 상당리, 온정면 선구리, 근남면 수산리, 구산리 등 전역에서 30년이 넘는 금강송이 자라고 있다. 금강송은 일반 소나무와는 달리 줄기가 곧고 마디가 길며 껍질이 유별나게 붉은 색을 띠면서 결이 곱고 단단해 옛부터 궁궐 건립, 문화재 보수 등에 사용돼 왔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사진 울진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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