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겸 울산 남구청장, 구의원과 말다툼 끝 폭행
공개사과 거부…시민단체 “유권자가 책임 묻겠다”
공개사과 거부…시민단체 “유권자가 책임 묻겠다”
현직 구청장이 구의원을 폭행한 뒤 공개사과를 거부해 의회가 파행으로 얼룩지고 있다.
당사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27일 오후 6시께 청사를 나서던 김두겸 울산 남구청장은 중학교 후배인 한나라당 임현철 의원과 마주쳤다. 김 구청장은 임 의원과 구정 현안을 두고 말다툼을 벌였다. 분을 삭이지 못한 김 구청장은 욕설과 함께 임 의원의 얼굴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본관 앞 주차장에 차를 대던 민주노동당 김만현 의원이 피가 흘러내리는 입을 손으로 감싸고 있던 임 의원 곁에 다가갔다. 김 의원을 본 김 구청장은 임 의원을 보고 “민노당과 야합이나 한다”며 다시 욕설을 했다. 김 의원이 “야합이라뇨”라며 따지자 해병대 장교 출신인 김 구청장은 해병대 551기인 김 의원에게 “선배 앞에서 자세가 그게 뭐야. 이 ××야”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김 의원이 “말씀이 지나치시다. 여기는 해병대 모임 자리가 아닙니다”라고 되받자 김 구청장은 “뺏지 떼고 계급장 떼고 한판 붙을까”라며 폭언을 했다. 다시 임 의원이 “선배면 선배답게 해라”고 항의하자 김 구청장은 “안 보이는 곳에서 왜 내 욕을 하느냐”며 임 의원을 때릴 듯이 했다. 이에 김 의원은 임 의원을 데리고 자리를 피해 상황은 일단락됐다. 당시 현장에는 김 구청장의 비서 등 공무원 2명이 지켜보고 있었으며, 임 의원은 전치 2주의 진단이 나왔다.
임 의원은 7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사과를 요구했으나 김 구청장은 이를 거부했다. 김 의원은 14일 열린 후반기 첫 정기회의에서 의회가 공개사과를 받아내자는 요지의 신상발언을 하려 했으나 박선구 의장이 “의회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다”며 발언권을 주지 않았다. 그러자 민노당 의원 4명이 퇴장했다. 김 구청장은 한나라당 의원 1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2007년도 예산결산보고를 했다.
민노당 의원 4명은 15일 남구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구청장은 시민을 대표해 일하는 의원을 폭행한 것에 대해 공개사과를 하고, 정당한 신상발언을 독단적으로 막은 박 의장도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울산시민연대도 성명을 내 “의회에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랐으나 기대가 무너진 만큼 유권자와 시민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 쪽은 “김 구청장의 사과를 임 의원이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구청장이 불미스런 일을 굳이 공개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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