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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풍경] 대전 쪽방·충북 경로당 ‘일하는 공간’ 변신

등록 2008-07-17 22:01

대전쪽방상담소 푸른공동체 회원들이 14일 충남 공주 우성면 농장에서 감자를 캐고 있다. 대전시쪽방상담소 제공
대전쪽방상담소 푸른공동체 회원들이 14일 충남 공주 우성면 농장에서 감자를 캐고 있다. 대전시쪽방상담소 제공
‘희망 감자’ 가꾸며 새 삶

1평 남짓 쪽방서 홀로생활
자활조직 도움 4년전 시작
“노동의 재미서 자신감 찾아”

“야! 씨알이 굵네요. 심 봤다~”

지난 14일 쪽방 식구들은 충남 공주시 우성면 푸른공동체 밭에서 주렁주렁 달린 주먹만 한 감자를 캐느라 무더위를 잊었다. 푸른공동체는 대전 일대 쪽방에 사는 이들을 돕는 대전쪽방상담소(jjokbang.or.kr)의 자활 조직이다.

우성면 감자밭은 쪽방 주민들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고 가꾸는 농장으로, 이 공동체의 농사짓기는 4년 전 텃밭 가꾸기에서 시작됐다.

쪽방 주민 김아무개(52)씨는 “거리에 나가봐야 할 일도 없고 일 안 해도 무료 급식받는데 뭐하러 멀리까지 와서 귀찮게 일하나 하는 마음 뿐이었다”며 “토실토실한 감자를 보니 그동안 이곳에서 땀흘린 보람을 느낀다”고 감격해 했다.

“씨감자를 잘라심은 뒤 거름을 주고 잡풀도 뽑으면서도 별 생각 없었어요.”


캐낸 감자를 상자에 담던 임아무개(46)씨는 “우리는 일주일에 1번 밭에 찾아와 일했는데 감자는 쉼 없이 흙 속에서 자라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고 소중하다”며 “사람대접을 받으며 일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고 땀을 훔쳤다.

이들이 수확한 감자는 특히 쪽방 식구들이 농약 주고 비료 주는 대신 잡초를 뽑고 물길어다 고랑에 부어가면서 키운 친환경 유기농산물이다.

이 감자에는 쪽방 주민들의 땀과 눈물이 담겨있다.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여기고 1평 남짓한 쪽방에 은둔해 있던 이들에게 노동의 즐거움과 삶에 자신감을 갖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감자를 쪽방상담소 식구들은 ‘변신 감자’, ‘희망 감자’라고 부르고, 쪽방 식구들은 ‘기쁨 감자’, ‘눈물감자’라고 부른다. 쪽방 식구들은 이번 주말 남은 감자를 다 캔 뒤 고구마가 무럭무럭 자라는 충북 옥천으로 보람 터를 옮길 예정이다.

대전쪽방상담소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사회문제로 떠오른 도시빈민 가운데 쪽방 주민에 대해 2001년부터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 대전역 주변 쪽방 주민 900여명을 돌보며 무료로 영화관람, 한방진료, 이·미용 서비스를 알선하고 있다.

권태순 소장은 “쪽방 주민은 최소한의 주거 공간에서 보증금 없이 일세, 월세를 내고 사는 등 대부분 사회적으로 소외된 취약계층이어서 시민과 자치단체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희망 감자는 8㎏ 1상자에 1만원, 구입 신청을 하면 대전권은 직접 배달해주고 시외는 착불 택배로 보내준다. (042)252-8394.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충북 영동군 황간면 황주마을 노인들이 경로당에서 꽃상여를 만들고 있다. 영동군청 제공.
충북 영동군 황간면 황주마을 노인들이 경로당에서 꽃상여를 만들고 있다. 영동군청 제공.

화투·장기 없어도 ‘생기’

꽃상여·짚공예 만들기 ‘삼매경’
된장 등 제조해 4억원 수익도
봉사로 새삶 지자체 지원 늘어

충북 영동군 황간면 황주리 마을 경로당은 꽃상여 제작소다.

경로당 노인 20여명은 전통 꽃상여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노인들은 해마다 50~150여개의 꽃상여를 만들어 황간농협 장례사업장과 영동 장례식장 등에 납품한다.

이 마을 김종국(53)이장은 “농번기인 요즘도 가끔 주문이 들어와 노인들이 밤까지 작업할 때도 있다”며 “돈벌이보다 일거리가 생기면서 경로당이 생기가 돈다”고 말했다.

영동 용산면 한곡리 한골마을 노인들은 짚공예에 재미를 붙였다. 짚신·가방·멍석 등을 만들어 파는 짚공예 체험관을 만든 데 이어 난계국악축제, 영동 곶감 축제 등의 특별 손님으로 초대됐다.

단양군의 ‘돈 버는 웰빙 경로당’도 자리를 잡았다. 단양읍 마조리 경로당 등 10여곳은 오미자·감식초 원액 채취, 된장·간장 제조 등으로 해마다 4억여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청원 옥산지역 경로당은 봉사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옥산면 신촌·사정리는 도로 정비, 장남리는 유원지 정화, 오산·덕촌리는 마을 꽃 심기 등 마을 경로당 별로 색깔 있는 봉사를 하고 있다.

화투 등이 연상되던 과거형 경로당이 미래형으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자치단체 등의 지원도 늘고 있다.

충북도는 해마다 경로당 3841곳에 운영비 27억6천여만원, 난방비 19억2천여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도 경로재활과 조광희씨는 “노인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수익을 내고, 봉사를 하등 경로당이 달라지고 있다”며 “화투·내기 장기 등으로 기억되던 경로당은 그야말로 추억의 경로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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