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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집도 논밭도 흙더미 파묻혀 어디서 뭘먹고 사나 눈물만

등록 2008-07-27 18:47수정 2008-07-27 22:21

지난 25일 하루 200㎜의 폭우가 쏟아진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에서 27일 오후 군인·경찰·자원봉사자들이 삽차와 화물차를 동원해 피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봉화/오윤주 기자
지난 25일 하루 200㎜의 폭우가 쏟아진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에서 27일 오후 군인·경찰·자원봉사자들이 삽차와 화물차를 동원해 피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봉화/오윤주 기자
경북 봉화마을 수해 현장

지난 25일 하루 200여㎜의 물폭탄이 휩쓸고 지나간 경북 봉화군 춘양면의 마을들은 27일에도 여전히 전쟁터와 같은 참혹한 모습이었다.

송이를 따며 살던 고즈넉했던 산골마을들은 복구에 나선 중장비·화물차의 굉음과 군인·경찰·소방대원·자원봉사자들의 삽질 부딪치는 소리로 어수선했다. 엄청난 피해에 충격을 받은 주민들도, 자원봉사자들도 말이 없었다.

춘양면 서벽리는 마을 절반 정도가 폐허로 변했다. 서벽초등학교 다리 옆에 있던 구멍가게는 시간당 40㎜가 넘는 폭우와 산사태로 사라졌고 계곡·다리 주변 집들은 대부분 아수라장이 됐다. 서벽리에서 평생을 살아온 정세복(72)씨는 “‘쿠구궁’ 하는 소리에 놀라 나가 보니 산에서 나무가 선 채로 흙이 쏟아져 내려와 순식간에 마을을 덮쳤다”며 “날이 새고 보니 괴물이 마을을 삼킨 것 같다”고 말했다.

춘양면에서 애당·서벽리에 이르는 하천 옆 인삼·고추밭들은 흙더미에 쓸려 거대한 뻘이 되다시피 했다. 농작물이 한창 자라야 할 때 논밭이 물에 잠기거나 유실되자, 주민들은 넋을 놓고 있었다. 도심2리의 한 주민은 “애써 키운 감자가 물에 다 떠내려갔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25일 경북 북부에 내린 폭우로 봉화·영주·예천·안동의 농경지 218ha가 물에 잠기고 22ha가 유실됐다.

춘양·석포·물야면의 40가구 84명은 마을회관에서 사흘째 새우잠을 잤다. 이들은 대한적십자 경북지사와 전국재해구호협회 등에서 보내온 생수와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재난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방 안까지 물이 차올라 마을회관과 초등학교로 대피했던 의양4리 운곡마을 주민 40여명 등 150여 가구 주민들은 물이 빠지자 집으로 돌아와 살림살이를 손질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송순애(77·춘양면 서벽리)씨는 “이틀째 학교에서 뜬눈으로 새웠다”며 “앞으로 뭘 먹고 살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의양4리 이장 장점예씨도 “이 마을 전체 30가구 가운데 27가구가 피해를 봤다”며 “여기서 32년을 살았는데 이런 비는 처음”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숨진 4명 외에 실종된 4명을 찾는 수색작업도 사흘째 계속됐다. 소방구조대와 경찰은 산사태로 흙더미가 집을 덮쳐 실종된 서벽리 이아무개(64)씨 모녀와 애당2리 참새골에서 차량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두 명을 찾기 위해 삽으로 흙을 파헤치고 돌덩이를 치웠다.

집중호우로 유실된 국도 31호선(현동∼늦재)과 영동선 철도 등 7개 노선 가운데 6개 노선이 응급 복구로 통행이 재개됐지만, 철길 둑이 무너진 영동선은 27일 아직 통제되고 있다. 철도청은 봉화군을 관통하는 영동선 기차를 중앙선과 태백선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다음달 2일께 영동선 사고 구간을 다시 개통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25일 봉화군에는 이 지역 기상 관측 역사상 6번째인 198.5㎜의 큰비가 내렸다. 대구기상대는 장마전선이 봉화군 일대에 머물러 있었던데다가, 봉화군이 태백산맥 서쪽에 있어 낮은 비구름이 산맥을 넘지 못하고 산맥 서쪽에 많은 비를 뿌렸다고 밝혔다. 봉화/오윤주, 김광수 박주희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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