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중원구 건설과 공무원들은 밤마다 방범순찰을 한다. 최근 도심 맨홀뚜껑을 66개나 도난당했기 때문이다. 가로 41㎝, 세로 110㎝ 철제 뚜껑 가격은 1개에 4만5천원 가량하는데, 이를 훔쳐 달아나는 절도범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7월 한 달 동안 성남시 도난당한 맨홀 뚜껑은 모두 100개가 넘는다. 김혁수 토목팀장은 “집중호우 때 즉시 열고 작업을 해야 하는 시설물이어서 용접 등 도난 방지 조처를 할 수 없으며, 이 때문에 직원들이 아예 방범활동까지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제2의 외환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황이 심각해지면서 생계형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팍팍한 살림살이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경기 일산경찰서는 가로수 보호판 84개(시가 500여만 원)를 훔친 유아무개(45)씨를 지난 28일 구속했다. 또 장아무개(31)씨는 개당 2천원씩 하는 아파트 소방호스 노즐을 900여만원 어치나 훔쳐 의정부경찰서에 붙잡혔다. 또한, 경기 가평경찰서는 29일 요양원에 들어가 스테인리스 계단 난간과 철제 배전반 커버 등 쇠붙이 400만원 어치를 훔친 40대 남자 3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한편, 전북 전주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50대 고물행상이 돼지우리에 들어가 철제 먹이통을 훔치다 붙잡혔고, 김제에서는 농수로에 설치된 수문 50여 개를 훔쳐 판 40대 남자가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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