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기업들이 사랑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이웃을 도와 달라며 내는 성금이 새고 있다. 정부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성금 모집 요건을 대폭 완화했으나 성금 모금·집행을 감시하는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울산의 향토기업 ㄱ사는 2005년 12월31일 끼니를 거르는 이웃을 돕는 푸드뱅크 사업을 추진하던 지역의 자원봉사단체 ㅇ센터에 1500만원을 전달해 달라며 울산 사회복지공동모금회(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ㅇ센터의 이사장이 지역 국회의원이고 사단법인으로 등록한데다, 1997년부터 울산시로부터 시 자원봉사센터 운영을 위탁받아 해마다 2억여원씩의 사업비를 지원받는 것이 믿음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ㄱ사의 기대는 빗나갔다. ㅇ센터 사무국장 ㅈ아무개(43)씨는 7년 동안 시민과 기업이 낸 성금 1억4천여만원을 개인 생활비 등으로 횡령한 혐의로 최근 울산지검 특수부(부장 김봉석)에 의해 기소됐다. ㅈ씨는 봉사센터 직원 세 명을 고용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월 70만~80만원씩 11개월에 걸쳐 노동부로부터 1600만원의 일자리 창출 보조금을 부정하게 타낸 혐의도 받고 있다.
ㅇ센터는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려고 공인회계사 두 명을 감사로 두고 있었지만, 가짜 영수증을 적발하지는 못했다. 공동모금회도 ㅇ센터의 법인계좌로 성금을 전달만 했을 뿐 사후 실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동모금회는 뒤늦게 2006년 7월부터 성금의 부정 사용을 막고자 성금을 지원하기 전에 해당 단체로부터 사업계획서를 받고, 사업 집행이 끝나면 현장 실사와 배분위원회 보고를 하도록 규정을 바꿨으나, 각 지역 공동모금회들은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2006년 9월엔 기부문화 활성화 취지로 기부금 모집 자격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었다. 민·관 관계자들로 꾸려진 심의위원회가 없어져 행정안전부 장관과 시·도지사에게 등록서류만 제출하면 쉽게 성금 모금활동을 할 수 있다. 등록한 모금업체는 기부금 사용이 끝난 날부터 30일 안에 공인회계사에 감사를 맡기고 60일 안에 회계감사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지만, 모금액이 1억원 이하이면 회계감사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영수증만 첨부하도록 돼 있다. 또 모금액이 1천만원이 되지 않으면 등록절차 없이 누구나 모금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놓았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기부문화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는 좋으나 사이비 모금단체의 난립으로 불투명한 성금 사용이 우려된다”며 “시민들이 낸 성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감시할 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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