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도시에선 좀처럼 보기드문 습지인 경기 구리시 이문안 저수지의 모습. 구리시는 공원 조성을 위해 매입에 나섰지만, 저수지 터를 가장 많이 소유한 통일교 재단이 어떤 가격을 요구할지가 관건이다. 주민들은 생태계의 보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사진 구리시청 제공
‘이문안 저수지’ 절반소유 수년째 매립 추진
시와 매매협상 삐걱…진입로 공사 시작해
시와 매매협상 삐걱…진입로 공사 시작해
주변 논밭에 농업용수를 대다가 지금은 도시 생태계의 보고가 된 구리시의 최대 습지 ‘이문안 저수지’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경기 구리시는 습지 보전을 위해 이를 호수공원으로 조성할 방침이지만, 이 저수지의 터를 절반 이상 소유한 통일교 재단은 올해 말까지 이 저수지를 메워 주차장으로 쓰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저수지는 농업용수를 대기 위해 1945년 구리시청 앞 교문동 129-5일대에 1만5540㎡ 크기로 만들어졌다. 저수지의 소유자는 통일교 재단 8844㎡(56.9%), 농림부 6446㎡, 개인 250㎡, 구리시 192㎡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주변 농지가 줄어들면서 1980년대부터 사실상 저수지 기능을 잃고 상당히 오염됐으나, 현재는 토종 물고기가 살고, 천연기념물인 새들이 날아드는 도심 속 습지로 되살아났다.
그러나 이 저수지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애초 통일교 재단은 2007년 저수지 소유 지분을 구리시에 팔겠다고 제안했고, 박영순 구리시장은 이 저수지를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하고 116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를 사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통일교 재단과 구리시의 매매 협상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았고, 재단은 지난 22일부터 저수지 매립을 위한 진입로 공사를 시작했다.
이에 앞서 통일교 재단은 1998년 3월에도 이 저수지를 메워 주차장을 만들겠다며 구리시에 허가를 신청했으나, 당시 구리시는 이 저수지의 ‘공공성’을 이유로 불허한 바 있다. 이에 통일교 재단은 소송을 냈고, 2002년 대법원에서 승소해 2004년 1월 구리시로부터 주차장 건설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다.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직접 나서 저수지 주변 농작물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매립 공사를 사실상 중단시킨 상태다. 구리·남양주 시민모임 안승남(44) 전 의장은 “이 저수지는 아차산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솟아나는 곳이어서 생태적으로 보존 가치가 충분하다”며 “모두 지혜를 모아 도시 속 생명의 보고를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충기 구리시 도시과장은 “저수지를 친환경적 용도로 관리해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준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중근 통일교 재단 팀장도 “시민단체 중재로 협상 중이며,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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