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이 기증한 공장터에
시민들은 나무·벤치 기증
시민들은 나무·벤치 기증
80대 기업인이 회사 성장 과정에서 불편을 감수해준 주변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기증한 공장 터에, 시민들이 필요한 시설물을 기부해 공원을 만든다.
경기 안양시는 만안구 안양4동 782-19 옛 삼덕제지 공장 터에 조성 중인 ‘삼덕공원’(조감도)에 놓일 시설물을 시민들로부터 기부받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이 공원은 2003년 7월 당시 삼덕제지(현 삼정펄프) 전재준(85) 회장이 1만9376㎡의 공장 터(시가 300억원대)를 기증해 들어서는 것이다. 그는 “43년 동안 시민들의 도움으로 회사가 성장한 만큼 시민들에게 이를 돌려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안양시는 전 회장의 뜻을 존중해 이 터를 시민공원으로 만들기로 하고 공사 중인데, 기증과 기부 문화의 상징적 의미를 더하기 위해 공원 안 소나무 30그루와 벤치 45개를 기증받아 설치하기로 했다. 소나무는 한 그루에 120만원이며, 벤치는 시가 설계한 3가지 모양(55만6천~99만원) 가운데 골라 기증할 수 있다. 특히 벤치의 경우, 시가 위촉한 공공디자인 전문가와 협의하면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작품도 설치할 수 있다. 시는 기증에 참여한 시민들의 인적사항과 기념일을 새긴 표찰 등을 소나무와 벤치에 붙일 예정이다.
안양시 녹지공원과 담당 강동운씨는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루 3~4통의 문의전화가 오고, 일부 대학에서는 공원 안 조형물 기증 뜻도 밝혔다”며 “기부가 성과를 거두면 시민들한테도 각별한 사랑을 받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시는 10월 말까지 기부를 받는데, 시민들의 부담을 덜고 폭넓은 참여를 위해 공동 기부도 받고 있다. 한편, 7만여 그루의 나무와 연못, 바닥분수, 어린이놀이터, 무대, 소풍광장 등이 들어서는 삼덕공원은 올해 10월께 준공되며, 공원 안에 이곳이 공장이었음을 보여주는 높이 14m의 굴뚝도 세운다. 문의 (031)389-2325.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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