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사업으로 쫓겨나…생계대책 요구
“생계를 이어갈 방법이 없습니다. 골목길에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대구 동성로 노점상들이 거리로 나섰다. 대구 중구청이 지난 5일 동성로에서 내쫓은 노점상 100여명이 생계 대책을 세워 달라며 12일로 닷새째 동성로와 중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30여년 동안 동성로에서 악세서리 노점을 해 온 정아무개(73)씨는 “하루하루 노점을 해서 번 돈으로 끼니를 이어왔는데, 10여일 동안 장사를 못해 형편이 곤란하다”며 “골목길에서라도 장사를 할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음료수 노점을 해 온 정아무개(45)씨도 “그동안 장사를 하지 못해 각종 공과금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노점상들은 “동성로에 노점이 들어선 지 50여년 동안 일부 구간에서 단속을 했지만 전체 노점상들이 쫓겨나기는 처음”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동성로 노점상 대표 여환성(62)씨는 “골목길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때까지 집회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여씨는 “중구청이 대책으로 약속한 노점상 대체터 마련과 융자 알선, 전업 등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동성로 노점상들 상당수가 집도 있고 승용차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생계형 노점만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박한규 중구 부구청장은 “노점상들이 요구하는 골목길 영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중구청은 동성로에 공공디자인사업의 하나로 사업비 30억원을 들여 노점상들이 있던 길에 나무를 심고 의자를 놓는다며 노점상 150여곳을 모두 철거했다. 동성로 정비사업은 이달초 공사를 시작해 내년 1월쯤 끝낼 계획이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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