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라남도 해남군의 12면짜리 주간지인 <해남신문>은 지난해 8월 ‘군의원 포괄 사업비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군의회에 할당된 33억원의 포괄 사업비가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채, 군의원들의 선심성 사업을 위한 ‘쌈짓돈’으로 전락했다는 내용의 고발 기사였다. 군 예산의 약 1%를 차지하는 ‘제멋대로’ 예산에 대해 <해남신문>은 이미 7년이 넘도록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해왔다. 결국 군의회는 손을 들었다. 지난해 말 의회는 포괄 사업비 항목을 아예 없앴다. 군수의 포괄 사업비도 45억원에서 15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2. 대구의 인터넷신문 <평화뉴스>는 보수적인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드물게 견제의 목소리를 내는 매체다. ‘대구노동단체 … 기륭전자 지지 릴레이 단식’(8월18일), ‘광복은 민족 전체의 역사, 건국절은 안 된다’(8월15일), ‘지역언론 문제의식 부재’(4월22일) 등은 올해 <평화뉴스>가 주요하게 보도한 기사들이다. 2004년부터 2년여 동안 기자 40여명이 촌지·기사 축소 등 언론사의 치부를 폭로한 ‘기자들의 고백’은 전국에서 폭발적 반향을 일으켰다.
#3. <수원시민신문>은 중앙언론이 외면한 권선구청 환경미화원들이 석면에 노출된 사건을 2005년 말 처음 보도했다. 1994~95년 사이에 구청에 근무했던 환경미화원들은 공통적으로 폐결핵을 앓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가 나간 뒤 재판이 시작된 이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환경미화원의 손을 들어줬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시민이 주인인 신문공동체’라는 모토를 가진 이 신문은 시정 소식지인 <늘푸른 수원>의 선거법 위반 사실을 보도해 이 잡지의 발행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척박한 지역언론의 토양에서 꾸준히 씨를 뿌리는 풀뿌리 지역 언론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열악한 재정 상태와 낮은 구독률 등 지방지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극복해 나가면서, 지방 정부의 권력에 맞서서 비판적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 장호순 순천향대학 교수는 “전국 단위 신문과 차별되면서도 양질의 기사를 제공하는 매체가 전국에 10~20개 정도 된다”고 말했다.
■ 양의 증가가 질적 성장으로? 2004년에 제정된 ‘지역신문 발전지원 특별법’은 지역신문 발전의 거름으로 작용했다. 이 법에 따라 설립된 지역신문 발전위원회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지역 언론사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는 62개 지역 매체에 220억원을 지원했다. <해남신문>의 경우, 지난해 약 3천만원 가량의 구독료 지원을 받았다. 박영자 <해남신문> 편집장은 “2000년대 초에 정부기관에 구독을 떠넘기는 관행을 접으면서 한때 부수가 떨어졌지만, 구독료 지원으로 다시 부수를 50% 가량 늘렸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지원이 뒤따르면서, 지역 신문의 수도 폭증했다. 2004년 전국에 87개에 불과하던 문화관광부 등록 지역 일간지의 수는 올해 224개로 뛰어올랐다.
양적 성장의 이면에는 여전히 우려스런 대목들이 많다. 양용동 <평택시민신문> 기자는 “외형적으로는 자리 잡았지만, 내부 재정 사정은 아직 열악하다”며 “기자들의 급여는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정도여서 풀뿌리 언론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한관호 바른지역언론연대 사무총장도 “지방의 소도시 주민들이 지역에 대한 정체성이나 소속감을 갖고 있어 그나마 희망이 있지만, 대도시 주변 지역은 중앙언론의 흡인력이 강해서 지역 매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정부가 교체되면서 지역의 풀뿌리 매체에 대한 지원이 계속될지 의심스런 상황이다. 오원집 <원주투데이> 대표는 “지역신문 발전지원 특별법이 2010년까지만 시행되는 한시법이고, 새 정부가 지역언론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듯해서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건전한 풀뿌리 매체들이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재정적 안정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강창덕 경남민언련 대표는 “지역 매체에는 지방정부의 공고가 주요 수입원”이라며 “지역의 광고공사 등 중립적 기관이 공고를 집행하게 해서 비판적 언론에도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호순 교수는 “한국은 전국지와 지방지의 시장 점유율이 9:1로 기형적 수준”이라며 “6:4 정도인 일본 수준으로라도 맞춰야 지역 사회의 건전한 발전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태 구대선 홍용덕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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