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풍경] 전국 놀이패 우리 마을에 다 모였네

제주 놀이패 한라산이 5~7일 충북 청원군 북이면 광암마을에서 열리는 마당극 큰잔치에 앞서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예술공장 두레 제공

충북 청원 마당극 큰잔치

인구 50명 시골마을서 5일부터 3일간 공연 펼쳐
“문화에 목말라 있는 농촌 주민들에게 작은 선물”

추석은 열흘 남았지만 충북 청원군 북이면 광암마을은 이미 명절 분위기다.

5~7일 이어지는 마당극 큰잔치 때문이다. 마당극 잔치는 청주에서 활동하다 2001년 3월 이 마을로 터전을 옮긴 마당극패 ‘예술공장 두레’가 마을 주민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경로잔치와 보름굿 등을 열어 주민들에게 다가갔던 두레는 2005년부터 마당극판을 열고 있다.

마당극판이 열리는 3일 동안 두레 식구들이 국수를 삶아 저녁을 내고, 날마다 승합차 4대로 마을 곳곳을 돌며 관객을 모은다. 농사에 지친 농촌 주민들은 이들의 질펀한 공연 대접을 맘껏 즐긴다. 지금은 주변 마을을 넘어 청주 등 곁다리 도시 관객까지 생겨나고 있다.

50명 남짓한 시골 마을의 작은 공연이라고 얕봤다가는 큰 고 다칠 정도로 공연은 알차고 재미있다. 전국을 주름잡던 극단과 재인들이 대거 참여하기 때문이다. 청주 풍물굿패 ‘씨알노리’의 개막굿을 시작으로 서울 놀이패 ‘한두레’, 부산 극단 ‘자갈치’, 대구 극단 ‘함께 사는 세상’, 제주 놀이패 ‘한라산’, 청주 놀이패 ‘열림터’ 등은 재담과 소리, 끼가 어우러진 신명난 마당극을 선보일 참이다.

경남 진주 풍류춤연구소, 부산 춤꾼 정승천, 청주 춤꾼 남인숙씨 등의 춤과 서울 마임리스트 고재경의 판토마임 공연도 이어진다.

서툴지만 정성스런 주민들의 화답도 있다. 두레 쪽의 도움으로 틈틈이 마당극을 익힌 증평 도안공부방 마당반은 어린시절 고무신과 운동화에 얽힌 추억을 담은 창작 마당극 <하얀 운동화>를 공연하고, 마을의 숨은 재주꾼들은 농요와 민요 등을 선보인다.

권중헌(46·청원군 북이면 금대1리)씨는 “평생 공연과는 담을 쌓고 살 줄 알았는데 이웃마을에서 굉장한 공연을 열어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며 “어르신들은 지난 시절 유랑극단을 추억하고, 젊은이들은 시름을 잠시 내려놓는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곤(34) 두레 사무국장은 “문화에 목말라 있는 농촌 주민들에게 작은 선물을 하려고 마당극판을 열었는데 너무 반응이 좋다”고 즐거워했다.

청원/오윤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