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옛 정이품송, 가지·생기 잃은 지금 정이품송, 정이품송 빼닮은 아들 정이품송. 보은군청 제공.
보은 속리산 정이품송
종자 발아 자목 8그루
흡사한 모양새 눈길
종자 발아 자목 8그루
흡사한 모양새 눈길
‘나무도 씨는 못 속이나 보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 입구에 있는 천연기념물 103호 정이품송의 씨를 이어받은 아들 정이품송이 해를 거듭할수록 아비를 닮아 가고 있다.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는 정이품송의 대를 이으려고 1980년 정이품송 솔방울 종자를 발아시켜 정이품송 자목 8그루를 얻었다.
이들 자목은 1995년까지 정이품송 주변에서 키우다 1996년부터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 천연기념물보호센터, 충북도청 등으로 옮겨져 자라고 있다. 강원도 삼척 준경릉 소나무와 인공교배한 90여그루와 속리산 정부인 소나무(천연기념물 104호)와 인공교배로 얻은 600여그루 등 정이품송 후계 목은 소나무 테마 숲인 솔향공원 등에서 자라고 있다.
이 가운데 청원군 미동산 수목원안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에서 자라고 있는 자목은 삼각형의 수려한 나무 모양, 지면과 수평에 가까운 가지 형태 등이 정이품송과 흡사하다.
산림환경연구소 이귀용 연구사는 “아버지와 아들 등 가족의 얼굴이 닮듯 같은 유전자를 지닌 나무도 닮는 부분이 있다”며 “자목이 잘 자라 정이품송의 자태를 그대로 이어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비를 닮은 자목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지만 600여년의 나이를 자랑하는 정이품송은 병해충, 폭설·강풍 등 자연재해로 여러 가지를 잃는 등 해마다 수세를 잃어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정유훈 보은군 학예사는 “내년 3월께부터 정이품송 가지를 덮고 있는 복토층을 걷어 내는 등 뿌리 생육에 활력을 주는 치료를 할 계획”이라며 “옛 모습을 많이 잃었지만 나이에 비하면 건강한 상태”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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