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굉일우(八紘一宇)’(사진)
용인 초교서 ‘팔굉일우’ 등 3점…연구용 기증여부 논란
일제시대 대표적인 친일파인 송병준의 아들이 일본 천황을 칭송하는 내용 등을 담은 비석들이 경기 용인시 양지면 양지초등학교에서 잇따라 발견됐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 연구의 소중한 자료라며 학교쪽에 기증을 요청했으나, 이 학교는 ‘동문회가 기증한 것이라서 외부 유출은 안 된다’며 거부했다.
18일 <한겨레>가 양지초등학교에 방치돼 있는 비석을 확인한 결과, 길이 120㎝에 너비 20∼70㎝의 화강암으로 만들어졌으며, ‘팔굉일우(八紘一宇)’(사진)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팔굉일우는 ‘온 세계가 한 집안’이란 뜻으로, 일제가 자신들의 침략 전쟁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건 구호의 하나다. 이 비석의 왼쪽 옆면에는 양지초등학교의 개교 30년을 기념해 동창회 후원회가 (비석을) 기증하고 글은 송병준의 아들인 백작 송종헌이 썼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비석은 그동안 학교 운동장 놀이터 옆에 방치돼 왔으며, 최근에는 도로공사로 학교 놀이터를 옮기는 과정에서 ‘현감 송공병준 선정비’ 등 비석 2점이 추가로 발견돼 도로 공사장 인근에 방치돼 됐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일제시대 친일파들의 친일 행적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학교에 그대로 방치하기보다 전문기관에서 학술 연구 자료로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학교쪽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학교 송영호 교장은 “동문회에서 기증한 것으로 학교가 비석 처리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지초등학교 동문회 배정호 부회장은 “잘못된 역사도 역사인 만큼 이들 비석을 용인시 밖으로 유출하는 것은 안된다”며 “용인시 문화원에 이들 비석을 보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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