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달 1일 문을 여는 45평 크기의 2층 북카페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책 정리 등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다음달 문여는 울산 대안문화공간
노동자 등 60여명 ‘십시일반’ 소극장·북카페 마련
영화제·콘서트 등 예정…‘소외자들 소통 공간으로’ 울산 중구 동헌 맞은편 4층짜리 건물 2층의 45평 남짓한 북카페 ‘페다고지’에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깨끗한 마루와 아담한 탁자들이 놓여 있다. 커피와 빵을 내오는 간이부엌과 서랍장의 책들이 조화를 이뤘다. 지하 1층 60여평 규모의 소극장 ‘품’은 은은한 불빛 속에 빨간색의 긴 의자들이 70여명의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무대 뒤에는 좁지만 분장실도 갖췄다. 이 공간은 60여명의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넉 달여 동안 품앗이를 하고 쌈짓돈을 내 마련했다. 적금을 깨 전세금에 보태고 형편이 어려운 노동자는 퇴근 뒤와 주말에 청소와 페인트칠을 했다. 인테리어 목공노조원들은 실비만 받고 심야작업을 마다하지 않았다. 한 해고자는 새 직장에서 받은 첫 급여 60만원 가운데 10만원을 쾌척했다. 현대자동차 노조원은 자신이 아끼던 책 1300여권을 보내왔다. 부산의 극단 ‘새벽’도 소극장 꾸미기에 힘을 보탰다. ‘페다고지’ 운영위원 최수민(42)씨는 “자치단체나 노조 등의 힘을 빌리면 문화공간을 누려야 할 주체들이 대상화되고 소극적이 될 수 있어 어렵더라도 품앗이와 쌈짓돈의 원칙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 공간은 새로운 지역문화운동을 고민하던 30~40대 여성 4~5명이 4년 전 처음 구상했다. 노동자 도시 울산의 주역들이 문화공간 부족과 자치단체의 폐쇄적인 시설 운영에 가로막혀 소외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노동자 청소년 여성비정규직 등 문화에서 소외된 소수자들이 서로 소통하는 공간의 필요성도 느꼈다. 다음달 1일 문을 여는 이 대안문화공간은 설립 취지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10~11월엔 연극 아카데미와 경제·철학강좌, 영화 상영, 극단 ‘새벽’의 공연, 12월엔 인권영화제와 송년콘서트가 열린다. 다양한 모임과 세미나, 토론회를 원하는 단체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차를 마시고 창밖의 동헌과 중부도서관을 바라보며, 일반서점에서 접하기 힘든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읽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저소득층의 무료 방과후학교도 계획하고 있다. 운영진은 단체회원보다는 월 1만~2만원을 내는 개인회원을 많이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회원들을 대안문화공간의 주인으로 세우자는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소극장 ‘품’ 대표 유미희(42)씨는 “기존 주류문화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마련한 이곳을 시발로 제 2, 제3의 대안문화공간이 생겨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052)244-9654.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영화제·콘서트 등 예정…‘소외자들 소통 공간으로’ 울산 중구 동헌 맞은편 4층짜리 건물 2층의 45평 남짓한 북카페 ‘페다고지’에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깨끗한 마루와 아담한 탁자들이 놓여 있다. 커피와 빵을 내오는 간이부엌과 서랍장의 책들이 조화를 이뤘다. 지하 1층 60여평 규모의 소극장 ‘품’은 은은한 불빛 속에 빨간색의 긴 의자들이 70여명의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무대 뒤에는 좁지만 분장실도 갖췄다. 이 공간은 60여명의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넉 달여 동안 품앗이를 하고 쌈짓돈을 내 마련했다. 적금을 깨 전세금에 보태고 형편이 어려운 노동자는 퇴근 뒤와 주말에 청소와 페인트칠을 했다. 인테리어 목공노조원들은 실비만 받고 심야작업을 마다하지 않았다. 한 해고자는 새 직장에서 받은 첫 급여 60만원 가운데 10만원을 쾌척했다. 현대자동차 노조원은 자신이 아끼던 책 1300여권을 보내왔다. 부산의 극단 ‘새벽’도 소극장 꾸미기에 힘을 보탰다. ‘페다고지’ 운영위원 최수민(42)씨는 “자치단체나 노조 등의 힘을 빌리면 문화공간을 누려야 할 주체들이 대상화되고 소극적이 될 수 있어 어렵더라도 품앗이와 쌈짓돈의 원칙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 공간은 새로운 지역문화운동을 고민하던 30~40대 여성 4~5명이 4년 전 처음 구상했다. 노동자 도시 울산의 주역들이 문화공간 부족과 자치단체의 폐쇄적인 시설 운영에 가로막혀 소외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노동자 청소년 여성비정규직 등 문화에서 소외된 소수자들이 서로 소통하는 공간의 필요성도 느꼈다. 다음달 1일 문을 여는 이 대안문화공간은 설립 취지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10~11월엔 연극 아카데미와 경제·철학강좌, 영화 상영, 극단 ‘새벽’의 공연, 12월엔 인권영화제와 송년콘서트가 열린다. 다양한 모임과 세미나, 토론회를 원하는 단체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차를 마시고 창밖의 동헌과 중부도서관을 바라보며, 일반서점에서 접하기 힘든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읽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저소득층의 무료 방과후학교도 계획하고 있다. 운영진은 단체회원보다는 월 1만~2만원을 내는 개인회원을 많이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회원들을 대안문화공간의 주인으로 세우자는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소극장 ‘품’ 대표 유미희(42)씨는 “기존 주류문화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마련한 이곳을 시발로 제 2, 제3의 대안문화공간이 생겨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052)244-9654.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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