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등 11곳 영어만 표기…여주는 ‘Sejong’ 눈살
“세종대왕이 일어날 일” “영어 쓰면 세계화?” 지적
“세종대왕이 일어날 일” “영어 쓰면 세계화?” 지적
한글날인 9일 경기 여주군이 ‘Sejong’이라는 영문 위주의 도시 브랜드를 확정하는 등 자치단체들이 영어와 알파벳 일색의 도시 브랜드 만들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주군은 34회 군민의 날인 10일 도시 브랜드 선포식을 연다. 여주군이 4100만원을 들여 개발한 도시 브랜드는 ‘Sejong’이라는 영문 로고와 ‘세종여주’라는 작은 한글로 이뤄져 있다. 여주군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무덤인 영릉이 있는 곳이다.
주민 김용철(45)씨는 “세종대왕을 시의 브랜드로 한다면서 굳이 영문으로 표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세종대왕이 아시면 벌떡 일어나실 일”이라고 말했다. 여주군 관계자는 “내부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여주군의 자랑인 세종대왕을 영문으로 표기하는 안으로 확정됐다”고 말했다.
이는 여주군 만의 일은 아니다. <한겨레>가 9일 서울 인천시와 경기도 등 수도권 일대 69곳의 광역·기초자치단체 도시 브랜드를 조사해보니 영어 일색의 브랜드 만들기는 경기도에서 유독 두드러졌다.
경기도의 31개 시·군 가운데 영어만으로 도시 브랜드를 만든 곳은 ‘Happy Suwon’(수원시), ‘Let’s Goyang’(고양시), ‘Gwangju Clean’(광주시) ‘Bravo Ansan’(안산) 등 11곳이다. 또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쓴 곳은 ‘Fantasia BUCHEON 꿈을 이루는 도시 부천’(부천시) 등 14곳이다. 반면, 한국어만으로 표기한 곳은 ‘맑은 행복 양평’ 등 6곳에 불과했다. 화성시 브랜드 개발 담당인 김순희씨는 “시의 미래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한글을 섞은 국내용과 외국인 투자유치 등에 쓸 영어로 된 국외용 브랜드를 따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가 ‘Hi Seoul’을 쓰고 있으나, 25개 구 가운데 영어만으로 브랜드를 만든 자치단체는 ‘Lucky Dongjak’(동작구) 1곳이었다. 인천시는 인천시의 ‘Fly Incheon’을 사용하나, 구 가운데 영어만으로 브랜드를 만든 곳은 단 1곳도 없었다.
자치단체들도 이런 흐름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지난달 한국어로 된 도시 브랜드를 선포한 양평군의 이금복 기획감사 계장은 “도시 브랜드에 죄다 영어를 쓴다고 그 도시가 세계화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시·군의 이미지를 잘 드러내면서도 이름도 알리기 쉬운 그런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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