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찰청 5년만에…상평통보 등 7만여개 유통
문화재 전문 도굴꾼 유아무개(44)씨는 2003년 울산의 골동품 수집상인 임아무개(60)씨의 사무실에 고가의 문화재급 소장품이 많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에 그는 같은 해 3월27일 밤 9시께 평소 알고 지내던 2~3명과 함께 임씨의 사무실 출입문을 부수고 조선시대 화폐인 상평통보 등 우리나라 옛 엽전 4만개와 마재은(원나라 때 통용되던 말발굽 모양의 은으로 된 화폐) 등 중국 은전과 옛 엽전 6만개 등 10만여 개(300㎏ 상당)를 훔쳤다.
유씨는 시중에서 한개에 최고 800만원에 거래되는 상평통보와 마재은 등 고가품 7만여 개는 직접 서울 인사동 등 전국의 골동품 가게와 수집상 등에게 팔고, 당나라 건원중보 등 싼 값의 중국 화폐 200여 종 3만여 개는 교도소에서 알게 된 홍아무개(48)씨한테 판매를 부탁했다.
홍씨는 장물을 집에 보관하다가 교도소에서 알게 된 박아무개(38)씨한테 다시 처분을 부탁했다. 박씨는 합법적 판매를 가장하기 위해 사업자 등록을 한 뒤 자신의 원룸에서 3만여 개를 액자로 표구한 뒤 전국 국립박물관 10곳의 기념품 판매점과 경주 밀레니엄파크 등과 계약을 맺어 한개 1만5천~2만5천원에 팔았다.
하지만 이들은 희귀화폐가 불법 유통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경찰의 끈질긴 추적으로 5년여 만에 붙잡혔다.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3일 유씨와 박씨를 특수절도혐의로 구속하고, 문화재 절도혐의로 현재 교도소에 수감중인 홍씨를 추가 입건했다. 경찰은 박씨가 박물관 등에 판매했거나 원룸에서 보관중이던 3만여 개를 압수하고, 유씨가 판 7만여 개의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유명 박물관에서 장물 여부도조사하지 않는 등 검증 과정이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민간 골동품 업자와 계약하기 전에 전문가의 엄격한 심사와 구입 경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