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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화재 발생 첫 3분 안 대피해야”

등록 2008-10-14 23:18

 주택실물 화재실험이 열린 경기도 성남시 중동3구역의 한 집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일어나고 있다. 소방방재청 제공
주택실물 화재실험이 열린 경기도 성남시 중동3구역의 한 집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일어나고 있다. 소방방재청 제공
소방방재청 화재 실험…5분만에 불길·연기 뒤덮여
“5, 4, 3, 2, 1, 점화.”

14일 오전 10시25분. 실물주택 화재실험이 열린 경기도 성남시 중동3구역 일대에서 한국기계연구원 김명배 박사의 카운트다운 목소리가 들렸다. 연구원의 한 직원이 그의 신호에 맞춰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이자 실험을 지켜보기 위해 모여든 80여명의 사람들이 모두 숨을 죽였다.

이날 실험은 4층짜리 연립주택 3층 301호실에서 진행됐다. 소방방재청은 화재가 일어났을 때 불길의 경로, 발열량, 유해가스, 화재피해 시간 등을 알아보기 위해 주택재개발을 위한 철거공사를 앞두고 집들이 비어있는 중동3구역을 선택했다. 집 안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 환경처럼 TV, 세탁기, 컴퓨터, 침대, 장롱 등을 들여놓았다.

연구원 직원이 불을 붙인 가스레인지 위에는 일반 식용유 800㎖가 담긴 프라이팬이 놓여 있었다. 불을 붙이고 15분이 지나자 프라이팬 위로 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18분 뒤인 오전 10시 43분이 되었을 때 기름 온도는 380℃까지 올라갔고, 그 때부터 팬 위로 빨간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불길은 1분도 채 안 돼 가스레인지 위 싱크대로 번졌다.

싱크대를 타고 천장에 옮겨 붙은 불길은 순식간에 주방과 거실을 거쳐 안방과 작은 방을 집어 삼켰다. 10㎝ 정도 열어둔 창문 밖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나왔다. 실내 산소 농도는 13%대로 떨어졌다. 이 수준에서는 사람이 호흡을 할 수 없게 된다.

식용유에 불이 붙은 지 5분 만에 집은 불길과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한용식 박사는 “밖에 있는 사람들은 연기가 새 나오는 것을 보고 불이 났다는 사실을 겨우 알게 되지만, 이미 그 정도가 되면 집 안의 상황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리창이 터지고, 산소가 집 안으로 빨려들어가면서 불길은 더욱 거세졌다. 불이 난 지 25분이 지난 오전 10시50분이 되자 가스레인지에서 가장 먼 발코니 창틀까지 녹아내렸고, 오전 11시10분께 준비하고 있던 소방대는 불길을 잡기 시작했다.

소방방재청은 이날 실험 데이터를 분석해 화재 때 대피시간과 소방차 출동시간을 예측하고 건축물의 적정 강도와 내구성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한 박사는 “이번 실험에서 봤듯 불길이 번지는 시간은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며 “불길이 번졌을 때 무리하게 불을 끄려고 하기보다는 처음 3분 안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남/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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