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상담통해 들어나…50대 남성 구속
대구 달성군의 한 보육시설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자 어린이 3명이 20여 개월 동안 성폭행에 시달려온 사실이 밝혀졌다. 복지시설에서 성폭행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성폭행 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대구 달성경찰서는 15일 보육시설 원생들을 성폭행해온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아무개(57)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이 보육시설 원장의 남편으로 보육시설안 사택에 원장과 함께 살면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10대 초반의 여자 어린이 3명을 지난해초부터 지난 8월말까지 20여 개월 동안 성폭행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어린이들이 학교 담임교사와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성폭행 사실이 드러나 수사를 시작했다”며 “성폭행은 주로 보육시설 방안 등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보육시설을 관리해 온 대구시와 달성군은 긴급점검을 벌인 뒤 관리 부실의 책임을 물어 보육시설 원장 이아무개씨를 해임하고 지난 10일 시설을 폐쇄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보육원생 30여명 가운데 13명은 보호자, 4명은 상담소, 3명은 다른 보육시설에 보내기로 했으며, 15살이 넘은 8명은 그룹으로 나눠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이 시설에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 위기를 전후해 부모가 있는 어린이들이 상당수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앞으로 아동복지시설에서 발생하는 성폭행을 없애기 위해 아동복지법 규정에 따라 대구여성의 전화 등 전문기관에 연간 두 차례 이상 성교육을 맡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보육시설은 한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을 받지 않는 미신고 복지시설이었으나 2006년 7월 신고를 했다.
대구시는 “신고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시에서 예산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며 “보육원생 개인에게 지급되는 한달 36만원 정도의 기초생활수급비와 후원금 등으로 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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