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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임대-분양 가른 담장…“어른들이 왜 그러죠?”

등록 2008-10-20 22:51

 동심을 멍들게 하는 동천마을 1단지와 2단지 사이의 철제 담장.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동심을 멍들게 하는 동천마을 1단지와 2단지 사이의 철제 담장.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광주 동천주공아파트 주민들 안타까운 싸움
“분양면적 되찾고 안전사고 예방” 통행로 막아
설치·철거 되풀이…주먹다짐에 마음엔 생채기

“어른들이 왜 아파트 사이에 담장을 쌓았다 뜯었다 하는지 모르겠어요.”

19일 오후 5시 광주시 북구 동림동 동천주공 1단지와 2단지 사이에 있는 백구어린이공원. 공원 주변 놀이터에서 자전거를 타던 김동화(13·빛고을초등6)군은 키높이로 솟은 철제 담장을 바라보며 잔뜩 얼굴을 찌푸렸다. 1단지 쪽은 학교에 가기 불편하고, 2단지 쪽은 공원에 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군은 “담장을 놓고 학교 친구들끼리도 의견이 갈려 서먹서먹하다”고 슬픈 표정을 지었다.

동천마을 1단지 임대아파트와 2단지 분양아파트 사이에 길이 40m 높이 1.3m 로 설치된 이 담장은 이웃한 아파트의 경계를 가르며 주민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냈다. 가진 자의 없는 자에 대한 횡포로 비쳤기 때문이다.

갈등은 지난 6월 2단지 쪽에서 철제 담장을 설치하면서 비롯됐다. 2단지 주민들은 분양 면적에 단지 북쪽의 길이 250m 너비 1.5m 면적 375㎡의 보행통로가 포함됐다며 ‘사유재산 보호’와 ‘안전사고 예방’을 설치 이유로 들었다. 1단지 주민들이 ‘임대 차별’, ‘통행 방해’라며 발끈했다. 넉달 사이 두차례 철거와 설치를 반복하는 줄다리기가 이어졌고, 주민들 사이에 심리적 거리가 멀어지고 감정의 골이 깊이 패였다.

마침내 지난 15일 밤에는 담장을 치려는 2단지 주민들과 이를 막으려는 1단지 주민이 충돌해 홍아무개씨와 오아무개씨가 폭력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주민 이기범(59)씨는 “대전 가오지구는 이웃한 장애인학교와 비장애인학교가 있던 담장을 헐고 서로 친구가 됐다더라”며 “어른들이 아이들 학교가는 길 막고, 공원가는 길 막는 현실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2단지 주민들은 애초 공공 통로를 분양 면적에 포함한 주공을 겨냥했지만, 입주민대책회의가 강경대응을 하면서 횡포로 비쳐진 게 안타깝다는 속내를 비쳤다.

광주시 북구청은 불가 방침에도 2단지 쪽이 기어코 담장을 두르자 시정지시를 한 뒤 대집행도 검토하겠다는 태도다.

이 주공아파트 1단지는 30년 임대인 53㎡(16평)~63㎡(19평) 1442가구가 2005년 12월 입주했고, 2단지는 일반 분양인 95㎡(29평)~108㎡(33평) 698가구가 지난해 3월에 들어왔다.

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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