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대구 앞산터널 공사 현장에서 건설업체가 중장비를 동원해 수십년된 나무들을 마구잡이로 베어 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대구시, 터널공사 강행하며 무차별 ‘도끼질’
환경파괴 우려…시 “건설사가 지시어겨”
환경파괴 우려…시 “건설사가 지시어겨”
대구시 종합건설본부가 지난 17일 대구 수성구 용두골 앞산터널 공사를 하면서 참나무와 소나무, 느티나무숲을 무자비하게 훼손하고 30년이 넘는 나무들도 일부 베어 버려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용두골은 앞산을 찾는 시민들이 쉬어 가는 쉼터 구실을 해온 숲이나, 공사 현장에서 종합건설본부는 옮겨 심으려고 흰 띠를 둘러 표시까지 해놓은 나무 10여 그루도 무참히 베어 버렸다. 환경단체들이 “공사를 하더라도 제발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어 내지 말고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을 수 있는 나무는 보존해달라”고 항의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현장을 지켜본 대구환경운동연합 구태우 사무국장은 “시가 환경을 살려 가며 공사를 하겠다고 호언장담해놓고 공사 시작부터 약속을 뒤집었다”며 “건설본부가 자체적으로 베지 말도록 표시한 나무까지 잘려 나가는 걸 보니 앞으로 4년 동안의 공사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환경 파괴가 이뤄질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앞산꼭지)’의 변홍철(40) 홍보팀장은 “시민단체와 지역주민 등이 참여해 시와 함께 이식해야 할 나무와 벌목해야 할 나무를 구분했으면 좋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앞산꼭지는 지난해 7월 결성된 뒤 회원 20여 명이 1년여 동안 용두골과 달비골 앞에서 터널 건설 반대 등을 외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과 앞산꼭지 등 환경단체들은 이른 시일 안에 ‘앞산터널 환경감시단’을 결성해 앞으로 터널공사가 끝나는 4∼5년 동안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환경 파괴 현장을 감시할 계획이다.
터널공사를 하고 있는 대구시 종합건설본부는 “벌목 작업에 참여한 건설업체가 지시를 어기고 일방적으로 나무를 베어 내 지난 18일부터 사흘 동안 공사를 중단시키고 아름드리 나무 452그루는 절대 베어 내지 못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김규현 대구 종합건설본부장은 “벌목 여부를 놓고 앞으로 환경단체와 논의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앞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구시는 앞산에 4.44㎞의 터널을 뚫은 뒤 달서구 달비골∼수성구 관계삼거리 10.44㎞ 구간에 너비 35∼60m의 도로를 닦기 위해 16일부터 중장비를 동원해 벌목 작업에 들어갔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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