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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서울시어린이 대상 손수경양

등록 2005-05-04 20:36수정 2005-05-04 20:36

소녀가장 역할 버거워도…

“소원요? 지금처럼 행복하게 사는 것”

“소원이요? 지금처럼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모두 건강하시고, 동생이 더 착해졌으면 좋겠어요.”

38돌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시 어린이상 대상을 수상하게 된 손수경(12·용두초6) 양의 소원은 이렇게 소박했다.

4학년 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가출하면서 수경이는 말 그대로 ‘소녀가장’이 됐다. 움직이는 것조차 힘에 겨운 일흔 살이 넘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초등학교 2학년짜리 남동생은 수경이가 혼자 힘으로 지켜내야 할 가족으로 남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할머니를 대신해 밥을 차리고, 동생을 씻기고, 준비물을 챙겨주는 것으로 수경이의 하루가 시작된다. 다른 아이들처럼 아침에 조금 더 늦잠을 자고 싶지만 깨어주는 사람이 없어 수경이는 아침마다 긴장한 상태에서 눈을 뜬다.

“학교 갔다 돌아오면 청소하고 빨래도 해야죠. 힘들긴 하지만 동생과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동생에게만은 적어도 엄마 대신이고 싶단다.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이면 혹시나 아이들의 놀림이나 당하지 않을까 동생을 불러 챙겨주곤 한다.


나이에 비해 일찍 철이 들어 아무리 힘들어도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 수경이지만 엄마 아빠 생각에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은 날도 있다. “오늘은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거든요. 엄마 아빠도 없어 열심히 달려도 봐 줄 사람이 없잖아요.”

수경이의 꿈은 자신의 담임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시는 담임 선생님처럼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기 때문이다.

수경이의 일기에는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함이 녹아 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구걸을 하는 거지 아저씨를 봤다. 너무 불쌍해서 도와주고 싶었지만, 주머니에 돈이 하나도 없어서 도와주지 못해 안타까웠다.”

“상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나게 살 겁니다. 공부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12살 소녀가장 수경이의 수상 소감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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