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마당]
“울산, 공륭 세상이었대요”
“야! 공룡이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울산 남구 신정동 공업탑교차로 가에 있는 꼬마극단 ‘이솝’ 공연장 안은 공룡 캐릭터극 〈알로와 바로사우루스〉를 구경하러 온 4~7살 꼬마손님 200여명으로 가득찼다. 아이들은 극단 단원들이 공룡 복장을 하고 무대 위 희미한 불빛 사이에서 아기공룡이 알에서 깨어나는 장면을 연출하자, 실제 공룡을 만난 듯 감탄사를 연발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이들은 주인공인 육식공룡 알로가 초식공룡 무리에서 자란 뒤 초식공룡들에게 마구 맞아 쫓겨날 때에는 한 목소리로 “너무해. 때리지 마”라고 외쳤다. 이어 알로가 친구인 초식공룡 바로 등과 함께 교활한 익룡과 난폭한 티라노사우루스를 만나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일 때에는 박수를 치며 “이겨라!”라고 응원했다.
연극을 본 유치원생 진화(6)는 “알로를 구하려고 티라노사우루스와 싸우다 죽은 초식공룡 아저씨가 너무 불쌍하다”며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면 좋을텐데 왜 싸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치원 아이들을 이끌고 단체관람 온 원장 심희수(37)씨는 “알로가 험난한 여정 끝에 엄마를 만나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며 “가족과 함께 보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가족극 전문 극단 ‘이솝’이 창립 다섯돌을 기념해 만든 〈알로와 바로사우루스〉는 극작가인 장창호(46) 대표가 울산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각석 주변의 공룡 발자국 화석을 모티브로 해 1억년 전 울산에 살았던 공룡들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극이다. 장 대표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1년 동안 천전리 각석을 비롯해 경남 고성 공룡박물관, 마산 고현·호계리 등 공룡유적과 자취가 남아있는 전국 10여곳을 둘러봤다.
그는 “공룡은 세대를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며 “약육강식의 공룡세계에서 나타나는 헌신과 화해의 모습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의 중요성과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연은 이달 31일까지 계속된다. (052)258-1248.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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