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2-294-9256
“유급 투표가 어려우시면 신고해 주세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김아무개(38·울산 울주군)씨는 29일 치러지는 울주군수 보궐선거 때 투표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아침 7시까지 출근하려면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반장한테 1~2시간 출근을 늦춰달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투표 참여가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통령·국회의원·지방선거 등 주요 선거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면 관공서 등 행정기관은 유급 휴무일로 정하고 있지만 민간기업은 반드시 유급 휴무일로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투표권 행사를 청구하면 고용주는 작업 여건과 투표장 거리 등을 고려해 실제 투표시간을 의무적으로 주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용직과 백화점 및 할인매장, 이·미용업 등에 종사하는 비정규직과 노조가 없는 영세한 사업장은 불이익을 당할 것을 걱정해 고용주한테 투표시간을 달라고 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재·보궐선거는 임시 공휴일로도 지정되지 않아 제대로 된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 아니고서는 유급 투표시간을 보장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울산시 선거관리위원회와 부산노동청 울산지청이 22일부터 울주군수 보궐선거일까지 운영하는 ‘투표권 보장 지원센터’는 이런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고 투표권 행사가 어려운 사업장의 노동자를 배려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가장 큰 특징은 신고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 인적사항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투표권이 없는 사람도 동료나 가족, 친구를 대신해서 신고할 수 있다. (052-294-9256, 052-228-1858)
선관위와 노동부는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지도를 하거나 ‘투표시간을 보장하라’는 공문을 보낸다. 행정지도를 했는데도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고발을 하게 된다. 이런 방법으로 지난 4월 총선 때 울산의 10여 곳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울산시 선관위 변동수 관리계장은 “투표시간을 보장하지 않으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고용주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행정지도를 했는데도 이행하지 않으면 고발을 해 투표율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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